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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김여정 '대북전단 경고', 남북합의 파기 명분 쌓기"

기사등록 : 2020-06-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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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군사합의 파기·개성공단 철거할 수도…南, 단단히 각오해야"
통일부, 김여정 경고 반나절도 안돼…"대북전단 중단 법률 검토 중"
전문가들 "단순 엄포성 담화 아냐" vs "남북관계 개선조건 제시한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삐라)이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은 4일 새벽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문을 통해 대북전단을 문제시 하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개성공단 철거 등을 언급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관련 담화문을 게재하며 사실상 대남 전략의 '공세 모드' 전환을 천명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뉴스핌 DB]

◆ 김여정 "군사합의 파기·개성공단 철거할 수도…단단히 각오해야"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을 지목했다.

해당 단체는 당시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20개의 대형 애드벌룬으로 북한에 날려 보냈다.

김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들을 '똥개', '쓰레기', '바보' 등으로 표현하면서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히 말해두지만 또 무슨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 당국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전문가들 "단순 엄포성 담화 아냐…남북합의 파기 명분 쌓기"

전문가들은 이번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을 단순 엄포성 발언으로 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판문점선언과 남북군사합의 등을 파기할 수 있는 '명분 쌓기'의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담화문을 노동신문에 게재했다는 자체는 대남 태도에 있어 그간 수위조절을 해왔지만 이제는 공세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홍 실장은 "대북전단 문제는 정부가 강하게 컨트롤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이를 알고 있으면서 남측이 난처해하는 걸 소재로 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도적이라는 것은 단순 압박이 아닌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이라며 "대남 전략을 냉대 이상의 공세적인 관계로 전환하면서 여차하면 기존 합의들을 파기할 수 있는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은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대북전략이 북한이 원하는 기대에 충족하지 않으면 대북전단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2014년 10월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쏜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는 남북군사합의 때문에 비슷한 조치를 못하고 있지만 파기시키고 과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위협도 담화문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재개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긴급기자회견 '금강산 남북협력사업,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당장 선언하라!'에서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전문가들 사이서 다른 시각도…"관계 개선 조건 제시한 것…남북협력 관심 보인다는 방증"

아울러 정부의 '남북 독자협력 공간' 창출 노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항상 남북관계를 나쁘게만 만들 수는 없다"며 "필요에 따라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해야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김 제1부부장 담화는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북한의 요구사항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도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조치를 하나씩 밟아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미군사훈련, 전략자산의 한반도 반입 중단에 이어 대북 전단지 살포 중단을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를 만들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돌파 의지와 역량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사진=뉴스핌 DB]

◆ 통일부, 김여정 담화 발표 반나절도 안 돼 "대북전단 중단 법률 검토 중"

한편 정부는 이날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걸 막기위해 법률적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이 나온 지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대북전단 조치' 관련 브리핑에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된다"며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방역협력을 비롯해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검토하고 있는 방안의 구체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단 정부안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여 대변인은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이 나온 날 대북전단 조치 의사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북전단은 판문점선언에 관련된 사항"이라면서 "이행 차원에서 이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2조 1항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 중지" 내용이 명시돼 있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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