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동장세가 이어지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들의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량주에 관심을 보였던 개미들 중 일부 투자자들은 상승 탄력도가 더 높아 보이는 투자처를 찾아 빠르게 이동했다. 우량주들이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더 높은 기대 수익률을 쫓아 원유 관련 파생상품으로, 또 인버스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투자 당시에는 신속하게 '역발상 투자'를 했다고 자부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9일 코스피 지수는 1457.64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자 저가 매수라고 판단한 개미들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개미들의 순매수세는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1월 20일 연고점(6만2400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폭락장세가 이어지던 3월 23일 연저점인 4만2500원까지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한 달 간 개인은 4조9587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었다.
그러던 중 증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국제유가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산유국들의 증산경쟁으로 폭락하자 개미들은 원유 관련 파생상품(ETN·ETF)을 비롯한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 초 60달러 선을 웃돌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연일 급락을 거듭하다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5월 인도분 WTI는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배럴당 -37.63달러로 장을 마쳤다. 즉, 원유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오히려 돈을 주고 원유를 넘거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뉴스핌=김아랑 미술기자] |
개미들은 언젠가는 원유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에 관련 상품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개미들의 변화한 투자 동향을 반영하듯 'KODEX WTI원유선물(H)'은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4월 개인 순매수 종목 1위에 등극했다. 개인 투자자들인 4월 한달 동안 이 상품에 1조2763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거(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4월 순매수 12위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 1211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같은 기간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는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 등에 매수세가 몰렸다. 그러나 높은 괴리율로 일부 종목들이 거래 정지와 거래 재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증시가 진정되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2차 급락장이 찾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하고 나섰다. 여기에 이태원 클럽발 감염사태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인버스 상품 투자에 나섰다. 지난달 KODEX 200선물인버스2X 개인 순매수 종목 8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을 1669억4700만원 어치 매수했다. 그러나 이들이 기대했던 2차 급락장은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최근 인버스 상품은 신통치 않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5월초 6000원 후반 대에서 거래되던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5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와 KODEX 인버스 역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서 원유 파생상품, 그리고 인버스 상품으로 이어진 개인 투자자들의 동향에는 결국 저가매수를 활용한 수익률 극대화 전략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저가매수를 활용해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는 과거 사례를 보고 개인 투자자들이 낙폭이 큰 우량주 중심의 투자에 나섰다"며 "이후 주가가 회복되자 원유 관련 상품을 비롯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으로 투자처를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또 한 번 조정장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투자자들이 인버스 상품에 몰렸다"며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위험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대규모 손실이 난 케이스들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탈환해 2100을 넘어섰으며, 좀처럼 반등기미를 보이지 못했던 삼성전자도 5만원 고지를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8포인트(0.19%) 상승한 2151.18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또 한차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21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주가가 급등했으며, 조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 강세가 현재처럼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다"며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조정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방어적인 투자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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