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는 과정에서 연기금이 저가 매수에 적극 나서며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8조원 넘게 순매도했던 연기금은 최근 한 달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증시가 급락한 지난 28~29일에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수 강도를 크게 높이며 반도체 대표주 비중 확대에 나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1월 2일부터 7월 2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629조5387억원을 매수하고 637조7207억원을 매도해 8조182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309.63에서 5663.24로 1353.61포인트(31.4%) 상승했다. 연기금이 주가 상승 과정에서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병행하며 순매도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매매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연기금은 지난 한 달(6월 29일~7월 29일) 동안 134조6018억원을 매수하고 133조7436억원을 매도해 8582억원을 순매수했다.
상승장에서는 비중을 줄였던 연기금이 낙폭이 커지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증시가 급락한 지난 28~29일에는 연기금의 저가 매수가 집중됐다. 이틀 동안 629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29일 하루에만 451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최근 한 달 순매수액의 절반을 넘는 규모이자 올해 연기금의 일간 순매수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매수 자금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올해 연간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우(4942억원), SK이노베이션(3934억원), 삼성SDI(3818억원), SK텔레콤(2944억원), 현대모비스(2775억원) 등으로 비교적 분산돼 있었던 것과 대조적다.
반면 최근 한 달 동안에는 SK하이닉스를 1조109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2494억원), 셀트리온(1998억원), S-Oil(184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525억원)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순매수는 기간별로 계산되는 지표인 만큼 연간 누적 순매수보다 최근 한 달 순매수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연기금이 상반기에는 매매를 반복하며 비중을 조절했지만, 최근 급락 국면에서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수 우위를 크게 확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시가 급락한 지난 28~29일 이틀 동안에는 SK하이닉스만 72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한 달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의 약 66%를 단 이틀 만에 집행한 셈이다.
연기금의 저가 매수는 시장 수급에도 힘을 보탰다.
전날 코스피는 5.98%, 코스닥은 6.12% 하락하며 이틀 연속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조4059억원, 1조3279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2조6113억원을 순매수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연기금마저 외국인과 함께 팔고 나갔다면 시장 충격은 훨씬 커졌을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준 만큼 자기 실책을 책임지고 뒷수습하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급락장마다 사실상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기금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최근 매수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미루며 주가 상승을 키웠다가 이후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며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연기금 운용을 원래 목표에 맞게 정상화해야 한다"며 "증시 부양이나 정치적 목적에 동원된다는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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