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세균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바이러스인 파지(bacteriophage)에서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밝혀냈다.
환경에 존재하는 비배양성 파지도 항생제 내성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만큼, 항생제의 직접 표적인 세균 뿐 아니라 세균에 기생하는 파지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물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조장천 교수(인하대), 문기라 박사(인하대), 이상희 교수(명지대), 차창준 교수(중앙대) 등이 한강에 존재하는 파지에서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동정,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HRV) 등으로 명명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조장천 인하대 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2020.06.08 swiss2pac@newspim.com |
이 유전자는 기존 슈퍼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와 분해활성을 나타내는 핵심서열은 동일하지만 나머지 부분의 연관관계가 매우 낮은 새로운 분해효소여서 한강바이러스효소를 뜻하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한강 표층수를 채취, 세균을 제거하고 바이러스만 농축했다. 핵산 추출을 통해 130만개의 염기서열 조각을 얻었고 이 가운데 25개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찾아냈다.
베타락탐 분해 핵심서열을 지닌 4개의 파지 유래 유전자가 실제 유효한 분해효소를 만드는지 대장균에서 해당 유전자를 발현하였다.
그 결과 해당 대장균은 여러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파지에 존재하는 광범위 베타락탐 분해효소임을 확인하였다.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등 널리 쓰이는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살아남는 세균은 항생제 내성유전자의 하나인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를 가져 항생제의 베타락탐 고리를 분해, 항생제를 무력화한다.
세균은 접합 또는 파지의 감염과 같은 수평이동을 통해 다른 세균으로부터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환경에 존재하는 일부 바이러스에서 이러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실제 베타락탐 분해활성을 가진 기능성 유전자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숙주세균의 배양이 어려워 파지를 분리, 배양하기 어려운 만큼, 환경 내에 있는 파지의 유전자를 직접 분석할 수 있는 바이러스 메타유전체(바이롬, Virome) 분석방법을 사용했다. 바이러스 유전체의 서열을 대용량으로 확보하고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활성 확인을 통해 환경 바이러스 중에서는 최초로 활성이 있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향후 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실제 병원성 세균에 전달될 수 있는지 숙주세균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파지 유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존재하고 전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항생제 내성 유전자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파지 유전체에 대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과 환경부 환경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지난 1일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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