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수천억유로 규모의 부실 대출을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bad bank)' 설립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ECB가 이미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최근 수 주 동안 관련 계획을 세우는 데 속도를 내왔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배드뱅크는 금융 기관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하여 관련 부실 채권이나 자산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은행을 말한다.
ECB가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발 2차 경제 충격으로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시중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실업률이 계속 상승해 대출 상환에 필요한 소득조차 억눌려 채무불이행 건수가 급증할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유로존에서 원리금 전액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부채의 규모는 5000억유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수치다.
ECB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배드뱅크에 보증을 서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SM은 유로존 국가나 은행들에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는 EU 기관이다.
ESM이 보증을 서면 배드뱅크는 시중은행들의 부실대출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는 대가로 신규 채권을 발행해 관련 은행들에 판매한다. 이후 해당 은행들이 이 채권을 담보로 활용해 ECB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
ECB는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2년 전부터 논의했지만, 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ECB 총재가 최근 수 주 동안 시중은행 및 유럽연합(EU) 관계자들과 관련 계획을 놓고 협의해왔다고 한다.
배드뱅크 설립은 ECB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특히 EU에서 '맏형' 격인 독일 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로이터는 "독일이 (최근) 코로나19 회복기금 마련을 위해 EU 차입금을 모으는 방안에 대해 동의했지만, 다른 국가의 부채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는 것은 오랫동안 반대해왔다"고 설명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