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고유 권한인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폐지하는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사위에서 '법제' 기능을 제외한 채 사법윤리특별위원회로 개편하는 대신 국회의장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립해 체계·자구심사를 전담케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한이 국회의 입법 기능을 막아 국회를 식물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본다. 특히 그동안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핑계로 다른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조차 막는 '권한 남용'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체계·자구 심사를 규정한 현행 국회법 86조는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사위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체계 심사는 법률안 위헌여부나, 다른 법과의 충돌 여부, 자체 법안 조항간 모순 유무를 심사하는 '법률 형식'에 대한 심사다. 자구 심사는 법률용어의 적합성 등 법률 문언 정비 기능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0.05.20 kilroy023@newspim.com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를 위한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체계·자구심사를 하는 것은 좋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심사 과정에서 법률안이 폐지되는 적지 않았다"며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서 계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지된 법안 대부분은 '엑기스' 같은 법들"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는 그 권한을 넘어 법안의 본질까지 건드렸다"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발의했다가 철회한 부동산 원가공개법안 사례를 들었다.
해당 법안은 2017년 발의돼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제안한 대안은 법사위에서 법제 기능을 국회의장 산하에 체계자구 검토를 위한 별도 기구 설립이다. 현행 입법 절차는 법안 발의·소관 상임위 의결·법사위 회부·본회의 상정 및 의결로 이뤄져 있다. 이중 법사위 회부 절차를 생략하고 소관 상임위 의결 과정에서 국회 의장 산하 법제 기구 검토를 받게 하자는 의미다.
민주당은 해당 내용이 담긴 법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정하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할 방침이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폐지에 대해 당내에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일하는 국회법'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한편 해당 법안이 입법되기 위해서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율사 출신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법사위를 상원으로 두지 말자는데 법사위 희망 의원들 대부분이 동의한다"며 "'만장일치'라는 법사위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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