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지방순회 출장' 일정을 늘리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수도권 집단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은 가운데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의 이례적 현장 방문이 적절한지를 놓고 경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민갑룡 청장은 지난 5월 11일 이후 최근까지 지역 현장 방문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까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총 5차례 지역 현장을 방문했다. 특별승진(특진) 임용식 참석 및 지역사회 치안 점검이 주요 방문 목적이다.
민 청장은 지난달 11일 시범 운영 중인 자치경찰단 점검 차 제주도에 내려갔다. 지난달 21일에는 강원을 방문, 강원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경기북부경찰청을 찾았다. 민 청장은 범인 검거 유공자 등 특진자 2명에게 임명장을 주고 격려했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피해지역인 파주를 방문해 ASF 확산 방지용 울타리를 점검했다.
지난 3일과 4일에는 광주 북부경찰서와 전남경찰청 등을 다녀갔으며, 전남 신안군 레이더기지도 방문해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11일에는 충남경찰청과 대전경찰청, 논산경찰서 3곳을 차례로 들러 특진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전 유성구에 신설된 경찰견 종합훈련센터도 둘러봤다. 최근 한 달 동안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을 다닌 셈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도권 집단감염 대응 긴급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6.09 dlsgur9757@newspim.com |
경찰청장이 치안 현장을 점검한다는 것은 당연한 행보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비상시국이라 적절성 여부에 의문이 든다. 기관의 책임자는 부임 직후 초도순시를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12만 경찰 조직 수장인 경찰청장 역시 통상 임기 초에 치안 현장 점검을 목적으로 초도순시를 돈다. 민 청장은 오는 7월 말 임기가 끝난다. 퇴임을 코앞에 둔 경찰청장의 지방순회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민 청장의 현장 방문과 관련해 경찰청은 "코로나19 때문에 현장을 거의 못 가다가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으로 전환한 후 현장 방문을 재개했다"며 "12만 경찰 조직을 이끄는 청장이 현장 격려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특진 임용은 최대한 직접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진 임용식마다 경찰청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한해 특진자 수백명이 넘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경찰청장이 직접 가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진자는 743명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찰 내부에 내린 지침과도 동떨어진다. 현재 전국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는 비대면 업무보고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제거하려고 대면보다는 비대면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회의도 대체로 화상회의로 대신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해외 출장도 재검토 지시가 내려오는 등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외국과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 등에 대한 외사활동은 필요한 수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민 청장의 현장 방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기 말에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이 이례적이다', '굳이 이 시기에 지방을 방문해야 하냐', '지방순회공연을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 등 뒷말도 들린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방역을 확실히 챙기며 행사를 하고 있다"며 "밀집된 행사는 전혀 없고 특진 임용식도 대규모 행사가 아닌 임용자 1명을 두고 임명장을 주는 것으로 국민들이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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