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쿠팡이 자회사 '쿠팡페이'를 통해 마이데이터(My Data) 시장에 뛰어든다. 마이데이터는 금융데이터 주인이 금융회사가 아닌 고객 개인이라는 것으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쿠팡페이가 최근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Working Group)'에 참여하기로 했다.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은 금융당국이 전통 금융회사, 핀테크회사 등 관계자들과 마이데이터 산업 안착을 위해 개인신용정보 제공범위, API 과금체계 및 규격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작년 4월 만든 회의체다. 그 동안 여신, 카드,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4개 분과로만 나눠 논의를 이어오다, 전자상거래 분과를 추가하기로 했다. 쿠팡페이는 이번에 신설되는 전자상거래 분과에 대표 자격으로 들어간다.
이로써 마이데이터 시장에 대한 쿠팡의 도전은 공식화된 셈이 됐다. 쿠팡은 지난 4월 간편 결제서비스 '쿠페이'를 담당하는 핀테크 사업부를 쿠팡페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이를 놓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네이버가 지난해 말 간편 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한 후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나선 것과 비슷한 행보여서다.
그러나 쿠팡은 그 동안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116개사나 몰린 마이데이터 사전 수요조사에도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그 동안 쿠팡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의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여부가 주목받은 것은 '유통업계 페이'가 가진 힘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은 보다 많은 정보를 확보해 고객에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 데이터를 쥐고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는 고객에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등 고객 편의성을 높이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운 후, 간편결제를 넘어 송금을 비롯한 다른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기 용이하다.
다만 현재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와 전통 금융회사 간 주고 받을 정보의 범위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이는 다른 분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부터 서로 논의하고 있지만, 제공하는 정보 범위에 대한 이견이 커 아직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기존 금융회사들은 핀테크사가 지닌 개인신용정보를, 대부분의 핀테크사들은 카드 승인정보, 통장 입출금 출처(적요)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곽은 다음달 워킹그룹 결과 발표 전에는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사업 본 허가 절차는 오는 8월5일부터 진행된다. 워킹그룹 회의는 이달 말께 예정됐으며, 워킹그룹 사전 수요조사서를 제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허가 설명회와 예비 컨설팅은 오는 6~7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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