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한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양국의 무역 마찰이 극에 달한 가운데 열린 이른바 오사카 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행보를 취했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한 존 볼턴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좌관의 회고록에 공개,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29일 오사카 G20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이 자신의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2020년 재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털어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저자세를 취한 것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양국 정상이 회동을 가졌을 때였다.
당시 주요 20개국(G20) 회담이 개최된 오사카에서 양측은 별도 만남을 갖기로 했고, 담판은 무역전쟁의 휴전과 확전을 가르는 중대 분수령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 주석은 오사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자들은 신냉전을 언급하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 중국 매파 행보가 두드러진다고 답하며 공화당을 간접적으로 방어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제를 미국 대선으로 돌렸고, 자신이 대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의 경제적 역량을 부각시키며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 전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이렇다 할 돌파구 없이 불안한 휴전을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기존 관세를 모두 유지하는 한편 추가 관세를 보류하는 방향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차단했다.
앞서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시행된 관세를 모두 철회할 것을 주장했던 시 주석이 회담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가운데 월가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사카 담판에서 협상 재개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면서 양국은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연말 1차 협상안을 이끌어냈고, 연초 공식 서명으로 이어졌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지원 요청에 시 주석은 앞으로 6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일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IT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무역 현안은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원지와 홍콩 국가보안법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양측의 마찰은 날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와 별도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이외에도 다른 국가와도 여러 차례에 걸쳐 수상쩍은 행위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탄핵 조사단이 이 부분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는 다음주 출간될 예정이지만 상당 기간에 걸쳐 백악관 측과 법정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회고록에 대해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자서전을 출간할 경우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직접 경고한 바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