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이금) 지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대한항공 외에는 기안기금을 신청하겠다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많지 않은 영향이지만 '고용유지' 등 까다로운 지원 조건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기안산업안정기금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기금운용심의회 위원들의 모습.2020.06.08 rplkim@newspim.com |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위원회는 당초 이달 중 지원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아직 신청 공고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지원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이달 중 실제 자금 집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최근에는 속도가 조금 조절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기안기금 운용에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지원한 1조2000억원의 자금이 기안기금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선지원금에 대한 전환과 별개로 추가 지원도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 4조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서울 송현동 용지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추가 자금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에 이어 유력하게 거론됐던 HMM(옛 현대상선)은 기안기금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적었고 이미 산은 등으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안기금 신청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 이처럼 뜨뜻미지근한데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용유지' 조건이다. 기안기금을 받기 위해선 일정 비율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미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내걸은 고용유지 조건은 기안기금 수혜 기업에 대해 5월 1일 기준으로 근로자 수를 최소 90% 이상 6개월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용유지 조건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안기금 운용위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고용유지 비율을 기업별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용유지 외에 정상화 이익 공유, 도덕적 해이 방지, 배당과 자사주 매입 금지 등의 조건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예컨대 정상화 이익 공유를 위해 기금은 지원금액의 최소 10%를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 주식연계증권으로 취득해야 한다. 정부는 의결권 행사를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시 정부 입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안기금 지원 업종이 항공과 해운에 한정된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
항공업 중 기안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뿐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현재 인수합병(M&A)가 진행 중인 탓에 기안기금 수혜가 불가능하다. 150여개에 달하는 해운기업 가운데 기안기금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 역시 HMM 등 10여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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