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가격 낮추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전격 회동에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 기대감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했으나, 양측이 협상 의지를 보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다만 양측이 실무 협상에 나서더라도 조정 가능한 부분이 크지 않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수를 확정한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논의는 인수가격 조정인데, 법적·실무적으로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을 들여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1주당 4700원)에 인수하고 2조1771억원은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봐야 어차피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부담만 커지게 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현산은 최근 5개월 사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다, 1분기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281%까지 높아진 상태다.
그렇다고 3228억원으로 측정했던 구주 가격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 금호산업 입장에서 가격을 내려줄 이유가 없는데다 최근 영업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부채규모는 지난해 말 9531억원에서 올해 1분기 9773억원으로 늘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금호고속 등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반대로 현산 입장에서는 지난해 말 4700원으로 결정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29일 3800원까지 하락한 만큼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체 2조5000억원 인수가 중에서 3000억원이 조금 넘는 구주 가격을 깎아 봐야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아시아나를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려고 했는데, 상황이 안 좋다고 가격을 낮춰준다면 금호그룹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이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의 출자전환, 채권단의 추가 금융지원 등이 협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 확산 추이에 따라 협상이 달라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올해 말 또는 내년까지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 축소가 예상된다면 결국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줄어들던 코로나 확진자는 28일 전세계 19만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으로 펜데믹 우려가 지속되면 추가적인 항공노선 축소도 불가피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3분기 이후 항공업이 소폭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투명한 관측"이라며 "현산이 협상 테이블에 앉긴 했지만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한두달 시간을 끌면서 업황 추이를 함께 지켜볼 텐데, 인수 포기에 대한 가능성도 계속해서 열어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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