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논란에 일단 '침묵'을 선택했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할 경우 논란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언급했으나 인국공과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인국공 논란은 최근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의 발언이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미 수차례 참모들의 입을 통해 인국공 관련 입장을 내놓은 만큼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는 여론이 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지난 24일과 2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다. 기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28일 기자들과 만나 "본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양극화 해소,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 사회적 불평등 개선 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핵심관계자는 "보안검색요원을 자처하는 사람이 '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는 글을 올리고 일부 언론이 검증 없이 '로또 채용'이라고 보도했다"며 "이후 언론의 팩트체크로 가짜뉴스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인국공은 지난 22일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 중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근로자 중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들은 별도의 경쟁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했다. 인국공은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에 오른 만큼 청년들의 분노가 커졌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정부가 인국공의 결정에 손을 댈 생각이 없다는 증거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집권 초기부터 '1호 공약'으로 제시했던 내용이다.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직접 방문해 이런 내용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지금 논란이 된다고 해서 공약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정치 평론가들도 문 대통령이 당분간은 인국공과 관련해 논란을 키울 수 있는 발언은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당초 공약이라 철회할 수 없는데다 대통령이 자꾸 나서면 반대파들에게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인국공이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근로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보안검색요원 외에 다른 직종 근로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정규직화할 것이며, 앞으로는 직원을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확실히 설명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는 점을 알리면 청년들의 억울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논란이 커지는 과정에서 팩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청년들의 분노가 커진 경향이 있는데 정부와 인국공은 홍보의 문제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