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본회의를 열고 11개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로써 국회는 32년 만에 여당이 18개의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합당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을 또 하나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18개의 상임위를 독식한 민주당에게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원내지도부 약화로 입지를 넓히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06.29 leehs@newspim.com |
◆ 통합당, 민주당 상임위 독식에 "與 헛발질 노린다…합리적 정책대안 제시"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위원장, 정무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을 포함한 11개의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의 상임위원장 선출 이후 2주 만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핵심 쟁점은 법사위원장이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통합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법사위원장이라는 주장이었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4시간 가량 마라톤 토론을 통해 합의 초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29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원 구성 합의가 최종 결렬됐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여 입법독재를 실현한 것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정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김종인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김선동 통합당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략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다 무용지물이 되버렸다.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소수야당은 짓밟히는 수밖에 없다"면서 "야당은 야당으로서 소임을 반기하지 않고 열심히 의정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대를 대상으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계속해서 무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는 정식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갔으면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여당이 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권력의 독점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하고, 의회 룰을 다 바꿨다. 이런것들이 점차 쌓이면 국민적인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당의 한 비대위원은 향후 김종인 위원장의 전략에 대해 "(여당이) 힘의 논리를 내세우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독식하도록 내벼러 두려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야당도 야당으로서 갖고 있는 실력발휘가 중요할 것이다. 기존에 발족하신 특위도 있고 앞으로 당내 개혁 등을 실행해 나가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데 주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취임 이후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특위를 시작으로 외교·안보특위, 정강·정책특위, 총선백서특위 등을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콘텐츠특위 등 다양한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방향의 정책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은 통합당 의원들의 특위 활동에 대해 "어쨋든 개별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업무적인 의무는 존재한다"며 "상임위에 소속됐을 때 그걸 도외시하고 특위에만 매진하는 모습은 내부적으로 현명하지 못하다고 보고있다. 결국은 상임위와 특위를 병행하면서 가야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원 구성 발표에 대한 비판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0.06.29 kilroy023@newspim.com |
◆ 상임위 내준 통합당, 원내지도부 약화…김종인 입지 굳어지나
통합당이 18개의 상임위원장을 내주며 원내지도부의 힘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당내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상임위원장 포기를 권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거를 지휘한 이력이 있다. 이에 통합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할 때 의견 충돌이 있었다.
통합당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상임위를 포기시키면서 원내를 약화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며 "중진 의원들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힘을 빼는 것이다. 상임위원장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지도부가 무슨 힘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6개의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표명했다. 이후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충북 보은군에 위치한 속리산 법주사로 직접 찾아가 주 원내대표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더는 여당하고 협상할 일은 없어져 버렸다"라며 "지금까지 해온 관행을 깨버렸으니 우리 나름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선동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가 당을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것이 위원장님에게도 힘이 된다"라며 "입지를 굳히려고 한다는 주장은 우리를 이간시키려는 이간계"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비대위원 역시 "법사위를 중심으로 전혀 양보하지 않은 여당 태도가 상임위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지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가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주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의사소통에서 전혀 잡음이 없었다. 기본적인 채널은 수시로 교류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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