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회사채 시장에 해외 투자 자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개별 회사채 매입에 나서자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수요가 몰려들면서 미국 회사채 프리미엄이 바닥을 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경영 위기를 맞은 기업들은 돈줄을 챙기느라 분주한 움직임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현지시각) 미 금융산업감독기구(FINRA)에 따르면 지난 3월 셋째주 이후 아시아 지역 금융시장 거래 시간에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가 1일 평균 1억81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BNP 파리바에 따르면 이는 올해 1~2월 평균치에 비해 무려 170% 급증한 수치다.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미국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신용시장 충격을 진화시키기 위해 회사채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시점과 일치한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보험사 및 일본 은행권이 회사채 보유 물량을 대폭 확대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미국 회사채가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만기 7~10년의 엔화 표시 회사채는 3월23일 이후 0.2% 손실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동일 만기의 미국 회사채는 환헤지를 감안할 때 17.6% 랠리했다. 일본 투자자들이 연일 미국 회사채 시장으로 러시를 이루는 배경이다.
투자 자금이 홍수를 이룬 데 따라 미국 회사채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뱅크오브아메이카(BofA)에 따르면 미 국채 대비 투자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최근 1.6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수치는 3월 말 4%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ICE BofA 인덱스에 포함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만기 수익률은 지난 26일 기준 2.26%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과 유럽 수치인 0.52%와 0.9%를 웃도는 것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입에도 미국 회사채 수익률이 일본과 유럽에 비해 높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디폴트가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환헤지 비용 하락도 미국 회사채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달러화 하락에 따른 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헤지를 설정하는데 지난 5월과 6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3개월물 헤지 비용이 각각 0.58%와 0.8%로 떨어졌다.
환헤지 비용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2018~2019년 2.67%와 2.87%까지 치솟았지만 제로금리 정책을 재개하면서 대폭 하락했다.
아일랜드의 미디올레늄 애셋 매니지먼트의 찰스 디벨 채권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환헤지 비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헤지를 통한 미국 회사채 매입 전략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준은 지난주 회사채 매입 대상 기업을 공개했다. 총 794개 기업으로, 자동차와 IT 섹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애플과 버라이존 및 AT&T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국내 자동차 업체 이외에 도요타 자동차와 폭스바겐, 다임러의 미국 법인도 포함됐다.
연준은 유통시장에서 기존에 발행된 회사채를 최대 2500억달러 규모로 매입할 예정이다. 이어 신규 발행 회사채를 5000억달러까지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매입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발표한 물량에 못 미칠 수도 있고 이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정책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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