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1년 전과 비교해 대폭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결합펀드(DLF)를 비롯해 라임 무역금융펀드·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디스커버리펀드·옵티머스펀드 등이 줄지어 환매 중단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하나, NH농협,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1년전과 비교해 5조3040억원 감소한 17조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로는 7916억원 줄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감소폭이 제일 컸다. 우리은행의 5월말 기준 판매잔액은 3조459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4조4485억원이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전년 동기대비 1조3565억원 줄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연간 1조2142억원, 4975억원씩 줄었다.
다만, 라임사태와 DLF 사태 책임을 피한 국민은행은 예외적으로 2조2128억원 증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수요가 크게 줄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 투자자 대상 판매잔액은 7조9392억원 준 한편, 기관투자자는 5127억원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확장세를 보이던 사모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사라진 데는 잇따른 부실 펀드 사태 영향이 크다. 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에 이어 은행들이 판매나 수탁을 맡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영국 루프탑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이 줄지어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향후 은행의 사모펀드 거래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진데다 당국의 사모펀드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라임펀드 사상 처음으로 판매사들에 라임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을 결정하며 금융업계 충격을 안겼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판매금액은 650억원, 364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또한 금융위원회와 함께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판매사들에게 자체점검을 지시했으며 이달 중순 결과 검토를 거쳐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지난 3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사태로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아 사모펀드 영업이 금지된 상태다. 하나은행은 법원이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이 낸 중징계 집행 정지 신청을 수용하면서 사모펀드 판매가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다만, 내부에서 판매 재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은 우리은행은 오는 9월까지 사모펀드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일각에선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판매사(시중은행) 입장에선 책임이 커지다보니 다루기 껄끄러운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당국의 전액배상) 결정이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며 "최근 은행권 전체적으로 공모펀드를 많이 판매하고 있으며 고객들도 사모펀드보다 공모펀드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