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최근 금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약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금 관련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금리 하락과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이 겹치면서 금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금 펀드 12개의 1주일 평균 수익률(지난 1일 기준)은 0.98%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4개의 펀드 테마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0.93%), 해외 주식형펀드(-1.11%) 등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설정액도 최근 1주일 사이 31억원 증가했다. 연초 이후로는 17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골드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개별 펀드들은 최근 한 주를 기준으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합성 H)'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해당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9.80%로 집계됐다.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UH)(A-e)'이 연초 이후 29.77% 상승했으며, IBK자산운용의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e'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골드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C-i)'은 각각 24.57%, 19.98% 올랐다.
금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온스당 1.1% 상승한 1800.50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금값은 1804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1891.90달러를 기록한 2011년 9월 이후 약 8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금 가격은 올 상반기 18% 상승했다.
금값 강세 원인 중 하나로는 실질금리 하락이 꼽힌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것으로, 금값과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긴 주원인으로 실질금리 하락을 꼽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남아있지만 각국이 경제를 재개방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조금 생겼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상승하면서 실질금리가 하락했으며, 이에 금값이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금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분리독립 추진과 체제전복 시도, 테러 활동, 외부세력과의 결탁 등을 방지·중단·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과 유동성 공급으로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3개월, 6개월, 12개월 뒤 금값 전망치를 기존의 온스당 1600달러, 1650달러, 1800달러에서 1800달러, 1900달러, 2000달러로 올렸다.
국내 증권사들도 금값 전망치를 1900~2000달러 부근으로 제시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금 값이 최대 1900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역사적으로 빠르게 대규모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가 급등으로 인한 현금 가치의 하락 가능성이 금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금값은 역대 최고 수준인 1900달러 돌파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은 이전 수준(온스당 1200달러)보다 높아져 온스당 2000달러 이상 수준에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 관련 상품 투자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저금리 기조 및 미국 대선 등의 향방을 주시할 것을 조언했다. 이진호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는 연준이 얼마나 더 오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미 대선을 앞두고 어떤 불확실성이 불거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부추길 것인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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