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둘러싸고 딜라이브와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단순 두 사업자 간 아귀다툼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인터넷TV(IPTV) 사업자 중심의 방송 플랫폼 시장 재편,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상 등에 따른 방송 플랫폼 시장 다변화 등이 깔려있습니다. '블랙아웃'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소비자 피해 우려도 지울 수 없습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은 [콘텐츠戰] 3회 스팟기획을 통해 방송 플랫폼, 콘텐츠 시장의 격변기에 벌어지는 CJ ENM과 딜라이브 갈등의 배경과 소비자 피해 등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나은경 기자 =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둘러싸고 CJ ENM과 딜라이브 사이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채널 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까지 거론되며 정부가 중재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은 단순 사업자간 아귀다툼으로 한정짓기 보단, 유료방송 인수합병(M&A) 등 방송 플랫폼 시장의 격변기에 나타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방송 플랫폼 사업자간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에 '블랙아웃' 초강수 둔 CJ ENM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 논란을 중재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양 사 임원진들이 동석해 1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결론짓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오늘 결과를 정리해 양 사의 내부 보고를 거쳐 피드백을 받으면 추후에 다시 만나 정리하기로 했다"면서 "교착 상태에 있던 양사 갈등이 만남을 통해 진전됐고, 대화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사용료 인상을 둘러싼 PP와 방송 플랫폼 사업자간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종합편성채널은 IPTV에 'PP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다. '미스트롯' 등 종편의 인기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을 웃돌자, 시청률과 시청 점유율 등을 반영한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CJ ENM과 딜라이브 갈등처럼 '블랙아웃'까지 불사하며 갈등이 외부로 비화된 사례는 드물고, 주로 PP와 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 적당한 합의로 매듭지어졌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선 한 개의 플랫폼이라도 더 내보내는 게 이익인데 블랙아웃까지 거론하는 것은 이 같은 손해를 불사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이라며 "양 사 간의 갈등에 정부가 나선 것 역시 아주 드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양 사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는 배경으로 딜라이브가 유료방송 M&A의 매물로 나온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케이블TV가 속속 통신사가 소유한 인터넷TV(IPTV)로 인수되며 통신사 중심으로 방송 플랫폼 시장이 재편되고 있고, 딜라이브 역시 매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높은 부채 비율, 부실한 관리 상태 등을 이유로 9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매각가치가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딜라이브 입장에선 CJ ENM과 협상에 있어 불리하게 계약을 맺게 된다면, 인수자 입장에서 달가워할 일이 아닐 뿐더러, 자칫 매각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CJ ENM 입장에선 딜라이브가 대형 통신사로 인수될 경우 협상에 더욱 불리해 지는 만큼, 인수되기 전 사용료를 인상해 기준선을 높여 딜라이브 매각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입자 주는 케이블TV...파이는 안 느는데 사용료 인상 부담
CJ ENM으로 촉발된 방송 플랫폼 사업자와의 갈등은 방송 플랫폼 시장이 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 PP들의 콘텐츠 '제값받기'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지형이 많이 변하고, 케이블TV 사업자가 IPTV로 많이 넘어오며 콘텐츠 가격을 올려야 하지 않겠냐는 인식이 콘텐츠 사업자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통신사들은 기존 케이블TV 사업자 보다 돈이 많으니 이들이 마케팅 비용에 돈을 덜 쓰고, 콘텐츠에 좀 더 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가입자가 점점 줄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다. PP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려주기 위해선, 케이블TV 사업자가 방송 수신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거나 광고시장이 커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수신료가 낮게 책정돼 있는 데다 광고시장 역시 점점 줄고 있다.
케이블TV가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정적인 상황에 같은 파이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PP들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CJ ENM 같은 대형 PP가 갑자기 큰 폭으로 사용료를 올려 버리면, 중소PP들의 파이를 뺏어 대형PP에 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CJ ENM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한정된 프로그램 수신료 지급 규모지만 함께 공생해야 할 중소 PP의 몫까지 독차지하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채널송출 중단에 따른 시청자 피해를 볼모로 한 벼랑 끝 전술은 미디어 관련업계가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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