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대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 해제가 가능해졌다고 입장을 밝혔고, 이스타항공은 조건을 완료했다고 반박하지만 양쪽의 인수합병은 멈춰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타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금융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스타의 운명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금융위 지원이 완전히 물건너갈 경우 이스타 파산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위 설득을 위한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감액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을 위해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선결조건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항공은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이 선결요건을 충족할 것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15일까지 선결요건이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15일 이후 제주항공의 입장이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2020.07.14 mironj19@newspim.com |
16일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내고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15일까지 선행조건 해소를 요구한 데 대해 이스타항공은 관련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SPA상 선행조건 이행을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에 대화를 재개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양쪽은 미지급금 1700억원을 비롯해 체불임금 250억원,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문제 등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SPA를 체결한 3월 이후 미지급금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영업 중단을 지시한 제주항공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일단 제주항공의 요구에 맞춰 지상조업사, 정유사 등 협력업체에 미지급금 감면을 요구했지만 제주항공이 원하는 수준의 감액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불임금과 타이이스타젯 보증 문제 역시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양쪽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인수 당사자인 제주항공이 요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만큼 계약 해지 가능성이 임박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관건은 정부의 지원책이 유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자금 지원 권한이 금융당국에 있다는 점이다. 항공업계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외에도 대량 해고를 대비해 고용노동부까지 나선 상황에서도 금융위는 관련 언급을 꺼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스타 관련)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며 "국토부에 문의하라"고 발을 뺐다.
금융당국의 이스타항공 지원에 대한 가능성은 비관론이 우세하다. 정부가 뉴딜정책을 앞세워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가운데 초유의 항공사 대량실업 사태를 두고보지 않을 거란 전망과 함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자금지원이 들어가면 향후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이 국토부의 노력에 대한 예의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특별한 묘수가 나오지 않는 한 계약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항공사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스타에만 특별 지원이 들어간다면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금융당국은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스타항공사태 해결을 위한 공개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7.14 dlsgur9757@newspim.com |
일각에서는 금융위 지원을 유도하려면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 대부분 자구안 이행을 전제로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 역시 그에 합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거꾸로 보면 뒤집어보면 이스타항공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시각이다.
단적으로 국토부 관계자는 "회사가 파산하면 협력업체들은 미지급금을 아예 못받게될 수도 있는데 이스타항공이 좀 더 적극적으로 미지급금을 해소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M&A가 무산될 경우 다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금융당국은 아시아나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한 상황에서 정치적 사안까지 엮인 이스타항공 문제까지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제주항공은 국토부와 관계가 중요한 만큼 최선의 노력을 하는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지원이 없으면 딜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제43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 시 단독 지원 가능성에 대해 "비행기를 띄우고 말고 해야 말이 나오지 요구한 것도 없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당초 약속된 것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산업은행을 통해 인수금융을 준다고 한 것이지, 금융지원이 아니었던 만큼 이 부분은 새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