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인수합병과정에서 계약해제 요건이 발생했다고 공지한 뒤 일주일 만에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계약해제 책임을 놓고 두 항공사간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체 회생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를 밟게될 전망이다.
◆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강행은 불확실성 너무 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23일 밝혔다.
제주항공 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제공=제주항공) 2020.07.23 syu@newspim.com |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LCC시장 점유율 확대를 원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새 항공사 인수로 인한 점유율 확대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의 "노딜" 선언은 예상된 순번이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발표하고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후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등 계약상 선행조건이 무엇인지 공방만 벌이다 시간을 허비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미지급금 등 1700억원을 이스타항공이 해결하라는 게 골자다. 기한은 15일 자정이었다.
250억원의 체불임금도 해소하지 못한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사실상 해결 불가능한 조치였다. 이스타항공은 결국 지난 15일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요건이 발생했다"며 계약 파기 선언을 예고했다.
제주항공이 계약 파기 선언까지 일주일 공백을 유지한 이유는 정부의 개입 때문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실직 등이 우려되자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만나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 제주항공-이스타항공, 계약해지 책임 두고 법정 공방
업계에서는 민간기업 딜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지만, 제주항공이 허가권자인 국토부의 눈치를 보며 "노딜" 선언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공시 전 지난 22일 관련 내용을 국토부에 먼저 통보하고 해명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국토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22일 오후에 공지했고, 23일 오전 그간 딜 성사를 위한 국토부의 노력과 향후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용안정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앞으로 지지부진한 법정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먼저 계약해제를 선언했지만, 제주항공이 내세운 선결 조건이 계약해지 여부에 해당하는지는 이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를 중심으로 임금체불, 이스타항공의 운항 중단(셧다운) 등의 책임이 상당 수 제주항공에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딜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자체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아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난 3월부터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1600명의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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