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금융투자업계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사부터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정작 사모펀드 수탁고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내는 덕에 잇단 사고에도 투자자들이 쉽게 발을 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순자산총액)은 426조 660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옵티머스운용의 환매 중단 사실이 알려지기 전날인 지난달 16일 설정액 422조원보다 오히려 소폭 오른 수치다. 특히 라임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인 지난해 7월 초 383조원과 비교해도 무려 40조원 이상 크게 올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자산운용 앞에서 투자원금 회수를 호소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0.07.15 pangbin@newspim.com |
당초 라임 등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모펀드가 쪼그라들 것이란 업계 안팎의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와 펀드업계에 실망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거두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업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 토막 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에 띄는 피해가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설정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의외"라며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인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높은 수익률 등 매력적인 요소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만여개의 펀드 중 극히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뿐 모든 사모펀드가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도 사모펀드의 인기를 지탱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모펀드의 이익배당금은 8조1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0% 증가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1조4406억원으로 1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모펀드와 공모펀드 간 이익배당금 차이만 무려 5.7배에 달했다.
사모펀드는 통상적으로 소수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자금 운용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높은 리스크가 뒤따르는 만큼 수익률도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연달아 발생해도 현재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자산가들이 굳이 사모펀드에 손을 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자산가 입장에선 사모펀드 사건마저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투자원칙의 흐름 중 하나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 사건들로 인해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한 것은 맞다"며 "다만 극소수의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금융당국 등이 여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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