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2주가 넘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성추행 의혹 피해자 측의 연이은 기자회견에도 인권위는 아직까지 직권조사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 인권위가 미적대자 여성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전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9일 뉴스핌 취재 결과 인권위는 이날 오전까지도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직권조사를 할지 말지도 결정 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위는 진정이 없어도 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요할 때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특히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라 직권조사 개시를 결정할 수 있다. 피해자가 진정서를 내지 않아도 인권위 의지에 따라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조사할 수 있는 것.
인권위는 사안이 중요할 때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이렇게 이뤄지는 인권위 직권조사는 연평균 10건 안팎이다. '2019 국가인권위원회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인권위 직권조사는 47건이다. 2015년 9건, 2016년 11건, 2017년 10건, 2018년 8건, 2019년 9건 등이다. 특히 2018년 직권조사에는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미투' 사건도 포함돼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노동자회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28 mironj19@newspim.com |
그런데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인권위는 늦장 대응을 하고 있다. 오는 30일 오전 상임위원회가 열리지만 현재까지 박원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안건은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의결 안건으로 기후변화(폭염)에 의한 건설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권고의 건이 올라간다. 보고 안건으로도 박원순 성추행 의혹 관련 내용은 없고 ▲공공분야 인권강사양성 현황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의 건 ▲사회복지시설 의무교육 모니터링 보고의 건 등이 올라간다.
인권위 관계자는 "직권조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 측의 지난 13일 1차 기자회견과 지난 22일 2차 기자회견에도 인권위가 꿈쩍도 않자 시민단체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높였다. 1차 기자회견 후 정의당은 지난 15일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필요하다'는 논평을 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28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직권 조사 요청안에는 피해자가 진정을 통해서 판단받으려고 했던 사실 관계가 모두 포함돼 있다"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권위에서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진정 조사 촉구를 요청한 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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