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일본 강제동원 기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기한 만료가 오는 4일 0시로 다가오면서 한일관계 긴장수위가 다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자산 매각으로 자국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고 한국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대응조치를 고민하고 있어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지속돼온 한일 간 대치 국면이 반복되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4 Kyodo/via REUTERS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일 한국 대법원과 양국 정부 등에 따르면 법원은 4일 0시부터 일본제철이 보유 중인 PNR 주식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7일 뒤인 11일 0시까지 일본제철이 항고하지 않으면 주식압류 명령은 확정된다.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가 이 판결을 수용하지 않자 손해배상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법인인 PNR 주식 압류를 신청했다.
법원 명령 확정으로 일본제철의 주식을 당장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 매각에 앞서 감정평가, 채무자 심문 등 절차 등이 필요해 실제 현금화는 빠르면 연말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징용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가 보복 조치를 거론한 바 있어 법원의 주식 압류 확정만으로도 일본 기업 자산이 묶이는 셈이라 일본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공시송달은 압류 명령 서류를 받아가라는 일종의 통지서다. 일본제철의 제기로 항소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일본은 이를 거부 중이고 4일부터는 법원의 자산매각 명령이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자국기업인 일본제철 압류자산 매각 명령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해당 자산은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인 포스코-신일본제철 합작법인 'PNR'의 주식 8만1075주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공시송달 이후 압류자산 매각,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한국인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기업 자산 현금화와 관련해 대항 조치를 할 방침이라며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날 "(자산 매각 관련) 정부 차원에서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내세울 보복 조치로는 한국인 대상 비자 발급 요건 강화나 주한일본대사의 일시 소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와 한국으로의 송금 규제 등도 대상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실제로 2차 보복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자 발급 제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질적 효과가 없고, 금융제재는 자국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당국은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전에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지난해 11월부터 외교부 국장급 협의 등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진전은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제철이 징용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일본 기업은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실제로 지난해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2차 보복을 나선다면 한국 정부도 종료를 유예한 지소미아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는 수출규제 및 강제징용 논의 동향에 따라 언제든지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를 철회하라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카드에 대해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해치는 조치라며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어 한국 정부로서도 쉽게 내밀 수 있는 보복조치는 아니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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