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에 반대하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 격렬한 부동산 정책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임대인은 현재 2년 외에 추가 2년을 더 보장받게 됐고, 이 때 집주인은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이에 대해 전세제도가 급격히 소멸돼 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어차피 전세제도는 소멸되는 추세에서 임차인을 보호하는 정책의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세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통해 "4년 후 전세가 없어져 월세를 살게 될 것이 걱정"이라며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저금리 시대로 전환한 지금 전세제도는 축소될 운명을 피할 수 없지만 이번 임대차법으로 인해 급작스러운 소멸의 길로 밀어넣어졌다. 아직도 전세 선호가 많은 상황에서 큰 혼란과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leehs@newspim.com |
◆ 반격 나선 윤준병 "전세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운명...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 다가올 것"
윤 의원의 발언이 주목 받으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가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가진 제도"라며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면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입법으로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 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정책과 상관 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중으로 매우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발언은 전세를 선호하는 서민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비난도 나왔지만 당 내에서는 큰 호응을 얻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은 그 쪽에서는 귀한 사례"라고 언급하며 윤 의원을 지지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윤희숙 의원의 임대차 3법 발언에 대해 반박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사진 제공=윤준병 의원 페이스북] 2020.08.03 dedanhi@newspim.com |
◆ 갈수록 확전 양상...원희룡 "전·월세 이자 차이 모른다는 고백"
미래통합당은 배준영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월세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전세보다 훨씬 부담이라는 것은 상식같은 이야기"라며 "월세로 바뀌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분들을 생각해보라. 공감능력 0"라고 윤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의 대권주자까지 나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일 자신의 SNS에 "돈 없는 서민이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 고금리인 월세를 내는 건 부담이 크다"며 "부동산의 화약고 서울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윤준병 의원이 이런 상황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원 지사는 이어 "당장 전세로 사는 것과 월세를 내는 것의 이자 차이를 모른다는 고백으로, 게다가 전세 자금은 지원도 많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완만하게 월세가 대세로 되어가는 것과 정부와 민주당이 무모한 배짱으로 밀어붙인 정책 때문에 전세 매물이 끊겨서 졸지에 월세로 강제로 넘어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로 한마디로 무식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원희룡 지사 페이스북] |
◆ 이언주 "현금 보유한 사람만 집 살 수 있는 양극화 촉진정책"
여당 내에서도 자성...정성호 "국민이 원하는 것을 숙의해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의 주택정책은 월세를 늘리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포기하게 해 수억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만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양극화 촉진 정책"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특히 "이제는 국가가 임대사업을 하고 집주인이 되겠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데 이런 것을 어설픈 글로벌주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설사 세계적 저금리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된다 하더라도 국가는 서민들의 목돈 마련을 어렵게 하는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당연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성호 의원은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부족한 것이 정치인으로, 21대 국회는 넘치는 의원들이 많아서인지 개원 초기인 요즘, 마치 말기가 다 된 것처럼 어수선하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시급한 일은 해야 하지만 욕심 내며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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