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친(親)정권 검사들 위주로 승진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검찰 안팎에서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이어질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개편과 대검 조직 축소 등과 맞물려 검찰은 다시 한 번 인사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0.08.03 pangbin@newspim.com. |
◆검찰 '빅4' 차지한 非특수통·호남 출신 검사들…대검 차장도 親정권 인사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빅4'로 불리는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비(非) 특수통 및 호남 출신 검사들로 채웠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대검 2인자인 대검 차장 자리에도 호남 출신이 등용됐다.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심재철(51·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전보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에는 이성윤 지검장과 손발을 맞췄던 신성식(55·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이정현(52·27기) 1차장이 나란히 승진했다.
대검 차장으로는 대표적 검찰 내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조남관(55·24기) 검찰국장이 고등검사장으로 승진해 신규 보임됐다. 조남관 신임 차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지내면서 이번 정부와 연을 맺었다.
반면 특수통 또는 윤석열 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고위 검사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표적 특수통으로 알려진 문찬석(59·24기) 광주지검장은 초임 검사장들이 전보되는 대표적 '한직'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났다. 강남일(51·23기) 대전고검장, 박찬호(54·26기) 제주지검장과 한동훈(47·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은 유임됐다.
이같은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문찬석 지검장은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남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이번 인사를 "그릇된 용인술"이라고 비유했다. 또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사법참사"라고 지적하며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서는 "검사라고 불린다고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정치권의 설왕설래(說往說來)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검찰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지내며 지난해 상반기까지 문 지검장과 함께 검찰개혁 작업을 했던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권의 앞잡이, 정권의 심기 경호가 유일한 경력인 애완용 검사가 득세하는 세상"이라고 원색적 비판을 내놨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윤석열 대변인인가"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중간간부 인사는 8월 말…대검 참모진·채널A 수사·삼성 수사 라인 관심
이처럼 계속되는 논란에도 이어질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역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 기조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추 장관은 이같은 논란을 예상한 듯 인사 단행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사가 만사"라며 이번 인사 취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같은 인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추 장관은 "애초 특정라인이나 특정 사단 같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검사장 승진 인사 원칙 첫 번째는 검찰개혁 의지를 펼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아무런 줄이 없어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검사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어질 중간간부 인사 역시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검사장 승진으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 1·3차장, 서울남부지검 1차장, 서울서부지검 차장 등을 누가 채울지 관심이 높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한 검사장과 '육탄전'을 벌인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1년 8개월 동안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같은 검찰청 소속 이복현(48·32기)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의 인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검사장 승진 대상이었던 사법연수원 27~28기에 이어 29기 검사들 가운데서는 송경호(50)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신봉수(50)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양석조(47) 대전고검 검사 등의 인사 향방도 관심이 크다.
송경호·신봉수 지청장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 관련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다 지난 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됐다.
양석조 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시절 직속상관인 당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죄냐"고 반발한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건의 당사자다. 다만 양 검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1년간 보직이 유지되는 고검 검사에 지난 2월 보임된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유임 가능성이 크다.
대검에서 윤 총장을 보좌하던 과장급 참모진들의 인사도 주목된다. 이 가운데서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강요미수 성립이 어렵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의견 대립을 보였던 형사과 검사들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이번 인사는 아울러 이번 고위간부 인사에서 대검 인권부장 공석을 유지하며 예고됐듯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직제개편 등과 맞물려 검찰 권한 축소 등 검찰개혁이 가속화되는 방향으로 단행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번주 내에 주요 보직에 대한 내부 공모를 거칠 계획이다. 이 경우 늦어도 이달 하순 전에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부장검사급 주요 보직에 대해 내부 공모를 거치는데 전례를 고려하면 보직 공모 이후 일주일 뒤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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