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주 입법예고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에 대해 "검찰개혁의 취지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이 산으로 간 것이라는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 조직의 수장까지 작심 비판에 나서면서 향후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경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김창룡 청장은 이날 오전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대해 "형사소송법(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작심 발언했다.
김 청장은 먼저 형소법 대통령령이 경찰청과 법무부 공동주관이 아닌 법무부 단독소관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법무부 단독소관일 경우 향후 수사 준칙을 개정할 때 경찰청은 관계 부처 자격으로만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수사 준칙 주관 부서는 과거에 법무부 주관이 맞을 수 있지만 이제는 상호 협력과 대등한 관계를 실현하는 협력 틀이어야 한다"며 "그러면 공동주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22대 경찰청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0.07.24 dlsgur9757@newspim.com |
검찰청법 대통령령 등에서 검찰의 수사 개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서도 검찰 권한을 축소한다는 당초 검찰개혁 취지와 반대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검찰청법 개정 취지는 검찰 수사 제한인데 시행령을 통해서 수사 범위를 넓히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지 않고 검사가 계속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사실상 거의 무제한으로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것으로 법 정신에 전면으로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입법예고 기간에 경찰 목소리를 반영해 대통령령 수정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이라든지 다양한 논의의 기회가 마련될 텐데 경찰청은 일선과 사회 각계에 광범위한 분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형소법과 검찰청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는 대통령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보경찰 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견제와 통제 조치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문제는 국민들께서 믿음을 갖도록 정보경찰의 개념과 범위라든지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7일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청법과 형소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한 대통령령에는 주관 부처가 법무부로 돼있고, 검사의 직접 수사 항목이 아니더라도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검사가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기면서 검찰청법 및 형소법 개정안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권 축소라는 검찰개혁 방향이 산으로 가버렸다", "70년 고생해서 겨우 집 한채 마련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월세 임차인인 것 같다", "검찰개혁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수사권 조정 대통령령 시행일은 2021년 1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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