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오는 10월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를 인하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서울은 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집값 상승으로 시세 9억원 미만의 중저가 주택이 줄어든 탓이다. 서울 집값이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9억원 미만 주택에만 재산세 인하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 2020.08.04 yooksa@newspim.com |
◆ 홍남기 "중저가 주택 재산세율 인하"…정세균 "시세 5억~6억 이하 검토"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거주 목적의 1세대 1주택자 보호를 위해 올 10월 공시가격 현실화와 함께 중저가 주택 대상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산세율 인하 대상 주택 시세를 묻는 질문에는 "9억원 이하, 7억원 이하 등 (시세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통상 9억원 이상을 고가라고 말하니 그런 측면을 감안해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는 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한 재산세 인하 혜택을 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는 10월 중저가 주택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중저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이 높아졌다는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시세 5억~6억원 이하인 1주택 실수요자들의 재산세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은 '소외'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언급한 '중저가'(시세 9억원 미만) 기준에 부합하는 주택이 서울에 많지 않아서다.
◆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중위매매가 9억 웃돌아…9억 미만 재산세 인하시 '배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5033만원으로 이미 9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중위 매매가격도 9억2787만원으로 9억원을 넘는다. KB부동산은 서울 아파트 6750가구를 표본으로 중위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한다.
반면 수도권과 5개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는 7월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7186만원, 2억9723만원으로 9억원 미만이다.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도 각각 5억7597만원, 2억5412만원으로 9억원에 못 미친다.
또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7월 말 기준 10억원을 돌파했다. 강남구가 최초로 20억원을 돌파했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서울시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다.
◆ 전국 공시가격 6억 이상 주택 중 77%가 '인(in) 서울'…정책 소외 가능성 높아
공시가격 기준으로 비교해도 서울에는 재산세 인하 정책의 혜택을 못 볼 주택이 많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시세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9억원 미만 68.1% ▲9억원 이상∼12억원 미만 68.8% ▲12억원 이상∼15억원 미만 69.7% ▲15억원 이상∼30억원 미만 74.6% ▲30억원 초과 79.5%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시가격 6억원 주택의 시세는 약 8억8105만원으로 추산된다.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이 시세 9억원 이상 주택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국에서 공시가격 6억원 이상(시세 9억원 이상) 주택 중 77% 이상은 서울에 몰려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08.12 sungsoo@newspim.com |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대상인 1383만가구 중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은 68만3455가구다. 서울은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이 52만6810가구로 전국의 77.1%를 차지한다.
경기(366만9516가구)는 전국 대비 비중이 18%로 서울의 4분의 1도 안 되며 대구(1.9%), 부산(1.7%)은 한자릿수에 그친다.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을 배제할 경우 서울 주택들이 유독 소외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공시가격 6억원 미만 주택을 보면 경기(366만9516가구)가 전국(1314만6597가구)에서 27.9%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다. 서울(200만1062가구)은 15.2%로 비중이 두번째로 높고 부산(100만9460가구, 7.7%), 인천(90만7457가구, 6.9%) 순이다.
◆ 추경호 의원 "모든 주택 재산세 인하" 법안 발의…통과 가능성 '불투명'
미래통합당이 시세와 관계 없이 모든 주택에 재산세 인하를 해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달성)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주택에 30%의 재산세와 0.5%포인트(p)의 취득세율을 감면하는 법안을 지난달 24일 발의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위축을 완화하고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으로 급격히 늘어난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나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 즉 할인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80%면 공시가격이 1억원이어도 과표 계산은 8000만원만 적용한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매년 5%씩 높여 100%를 맞출 계획이다. 올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90%다. 내년 95%, 2022년 100%로 인상될 예정이다.
하지만 추경호 의원실에서는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때문에 법안 통과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앞서 여당은 지난달 미래통합당의 법안소위원회 구성 요구를 무시하고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켰다.
통상 법안은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뒤 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거친다. 하지만 민주당은 소위원회 논의 절차를 건너뛰고 법안을 곧장 의결했다.
추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며 "재산세 인하 법안이 통합당 소속 의원이 낸 법안인지라 통과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9억원 미만 주택에만 재산세를 낮춰준다면 부당한 처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에 직장이 많고 교육여건이 좋아서 높은 집값을 감당하고서라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을 재산세 인하혜택에서 배제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아파트값 급등으로 9억원 초과 주택이 늘어났다"며 "기준을 '9억원'으로 잡으면 국민들의 세 부담 완화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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