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시행한 지 3개월이 넘었으나 수혜 기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뿐이다. 업계에서는 부실기업이라는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4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신속인수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신청을 한 기업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일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5월과 7월 모두 3390억원을 지원받았다.
[사진=KDB산업은행 사옥] |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기업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은이 80%를 인수해 기업의 상환을 돕는 제도다. 최장 3년간 차환을 지원하며, 전체 지원 금액은 5조5000억원 규모다.
산업은행 지난 4월 말부터 신용경색에 시달리는 비우량기업 회사채 차환을 돕기 위해 신속인수제를 시행했다. 산업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이익 공유, 고용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지만,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기업 상황에 따라 자구이행약정계획 등을 협의해야 하지만 이것도 필수요건은 아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외에는 신청 자체가 없어 업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발표 당시만 해도 항공 해운 등 기업을 중심으로 BBB등급 기업들의 신청이 예상됐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7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 당시 6조원이 투입됐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속인수제는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차환하는 프로그램인데, 여름철은 상대적으로 회사채 비수기여서 신청기업이 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신속인수제를 신청할 경우 '위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급한 불을 껐다가 다음부터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년 전 신속인수제를 받았던 기업들 중 사실 잘 된 기업이 거의 없다.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향후 회사채 발행시 수요예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활용했다.
여러 지원책이 중복되는데다, 저금리 기조에 은행 대출 확대로 인해 신속인수제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7월부터 가동되면서, 그 전부터 산은은 회사채 인수에 나섰다. 또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상태다. 당국은 시중은행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공모주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저신용등급 기업들이 사모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공모주 우선배정을 받기 위해서는 BBB등급 채권을 일정 비율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속인수제 흥행 실패는 저신용등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생각보다 수월하다는 뜻"이라며 "하반기에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 경우 다시 신속인수제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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