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이성화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가 자신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아버지의 49재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6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박사) 등 7명에 대한 항소심 20차 공판을 열고 박 씨를 증인신문할 예정이었으나, 박 씨가 불출석하면서 재판이 공전했다.
재판부는 "전날(25일) 재판부에 오늘이 박 전 시장의 49재라는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사유서에는 절차가 끝나면 증인신문 필요성에 관한 것까지 포함해서 본인이 입장을 보내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도 오늘이 49재라는 건 알 수 없었는데 이것만으로는 박 씨가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영정이 보이고 있다. [사진=서울시] 2020.07.10 photo@newspim.com |
이에 피고인들과 변호인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양 박사의 변호인은 "박 씨는 항소심에서 증인 출석을 6차례 통보받았다"며 "재판부가 49재가 언젠지는 알 수 없지만 박 씨는 알고 있었다. 전날이 아니라 일주일이나 열흘 전에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면 다른 기일로 변경해 진행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피고인을 2014년에 고발해서 현재 6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데, 박 씨는 처음에는 검찰에 출석할 태도를 보이다가 선거가 끝난 뒤에는 그냥 영국으로 출국하는 등 6년 동안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며 "저희 생각으로는 하루 전날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한 건 재판 절차에 대한 지연이고, 이대로 출국해버리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불출석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해주시고 빠른 기일 내 증인신문 기일을 잡아 구인장을 발부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 역시 "박주신 씨가 2015년 5월에 처음으로 증인 채택이 됐는데 만 5년 3개월이 됐더라. 대한민국 시민 누가 5년 3개월 동안 법원 출석 요구를 거절하고 협조하지 않나. 재판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피고인 이모 씨는 "박 씨의 증인 소환이나 신체검증은 피고인들이 함께 신청했고 검찰과의 합의 하에 재판부가 허락했던 사안임에도 신체 감정기일은 잡히지 않고 있다"며 "이 두 가지가 가능하려면 일단 검찰이 신병 확보를 해줘야 가능하다. 저희가 출국금지를 해달라고 의뢰했는데, 현재로서 출국금지가 돼 있느냐"고 검찰에게 질문했다.
검사는 "증인에 대해 출국금지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이 사건 재판과 관련해서는 출국금지가 돼있지 않다"며 "신체검증은 재판부가 채택한 절차이긴 하지만 검찰에서는 신청하지 않았는데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지금 증인에 대해서 출국금지 할 근거가 없다는데, 구인장을 발부해야 될 것 같다"며 "검찰이 해외로 나가는 걸 막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검찰이 "곡해하지 말라"며 "피고인이 출국금지 여부를 물어서 답한 건데 검사가 출국을 권유했다고 해석하는 건 지나치다"고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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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재판부가 나서 "서로 입장을 다 아는 상황이니 진정하셨으면 좋겠다"고 중재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불출석해서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르고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49재라는 상황에서 고의 증언 거부라고 해서 과태료를 물리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 신체 검증기일을 증인신문 기일과 같은 날 잡아달라는 피고인 측 요청에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14일 오후 3시에 박 씨를 다시 증인으로 소환한다.
앞서 양 박사 등은 지난 2012년 SNS 등을 통해 박 시장 아들이 대리 신검을 받았다는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의 주장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선거에서 낙선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씨는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세브란스 병원에서 척추 자기공명영상(MRI)을 재촬영해 공개했고 병원은 재촬영한 필름과 박 씨가 기존에 병무청에 제출한 필름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 씨는 2011년 신검에서 추간판탈출증으로 4급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1심 재판부도 박 씨의 공개검증 영상이 본인이 직접 찍은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해 양 박사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각 벌금 700만원~1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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