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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vs 세입자 '싸움 권하는' 정부…임대차법 이후 문의 '3배 폭증'

기사등록 : 2020-09-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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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전 5% 넘게 올려도…만기 1개월 전이면 '번복 가능'
계약갱신요구권 안 쓰기로 해도 '번복 가능'…중도해지도 가능
집주인 실거주 허위?…민법상 책임 있지만 주임법상 책임 없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실시된 후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담문의가 큰 폭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도 집주인과 세입자의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조항이 많아 향후 잡음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된 7월 31일 이후 8월 31일까지 한 달간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가 접수한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는 5620건으로, 전년 동기(2218건)의 약 2.5배로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임대차 상담 5090건 ▲분쟁조정 408건 ▲법률상담 122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이후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궁금한 점이 있어 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며 "임대차 상담 비중이 90%로 높고 분쟁조정과 법률상담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조항들이 많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소급 적용해서 세입자가 기존에 집주인과 맺은 계약을 번복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편의상 해당 조항에서 '임대인'은 '집주인'으로, '임차인'은 '세입자'로 바꿨다.

◆ 법 시행 전 5% 넘게 올려도…만기 1개월 전이면 '번복 가능'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는 ▲갱신요구(1~13번) ▲갱신거절(1~6번) ▲임대료 상한(1~4번) ▲전월세 전환(1~3번) ▲기타사항(1~3번)의 각 항목별로 FAQ(자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있다.

우선 임대료 상한의 FAQ 4번을 보자. 임대차 2법 시행 전 세입자가 전세금이나 임대료를 5% 넘게 올려서 계약 연장하기로 집주인과 합의했을 경우, 세입자에게는 2가지 선택권이 있다.

하나는 현재 시점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임대료 인상률을 5% 내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세보증금 또는 임대료 액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 계약서를 무효로 하고 새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게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이를 행사할 경우 집주인과 의견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세입자는 계약갱신을 요구하려면 개정법 시행(2020년 7월 31일) 당시 임대차 기간이 '1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계약만기 1개월 전까지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1개월 전까지'는 계약만료일 1개월 전에 해당하는 날의 0시(밤 12시) 전까지를 말한다.

예컨대 계약만료일이 2020년 9월 30일인 경우 1개월 전인 2020년 8월 30일 0시(2020년 8월 29일 24시)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해야 하는 것. 이 때까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전해야 한다. (갱신요구 관련 FAQ 1-1번)

세입자가 갖는 또다른 선택권이란 임대료를 5% 넘게 올리도록 합의한 연장계약을 그대로 유지한 다음, 이 계약이 끝나기 1개월 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임대료를 5% 미만으로 올려서 2년간 더 거주할 수 있다.

◆ 계약갱신요구권 안 쓰기로 해도 '번복 가능'…중도해지도 가능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사전에 약정했어도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다.(갱신요구 FAQ 8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사전 약정은 세입자의 법적 권리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세입자에게 불리한 약정이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강행규정)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적고 있다.

또한 세입자가 계약만기에 맞춰 나가기로 사전에 합의했어도 이를 번복하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갱신요구 FAQ 9번)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는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5% 범위 이내 증액)할 수 있다는 권리가 살아있다.

법 시행 전 집주인이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기간에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더라도,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를 행사할 수 있다.(갱신요구 FAQ 10번)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어도 무조건 거주 2년을 채울 필요가 없다. (갱신요구 FAQ 11번)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보지만, 세입자는 언제든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해지 효력은 집주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후에 발생한다. 또한 세입자는 계약해지를 통보하더라도 계약이 끝나기 전이라면 3개월간 임대료를 내야 한다.

◆ 집주인 실거주 허위라면…민법상 책임 있지만 주임법상 책임 없다

하지만 세입자가 언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주인 본인이나 가족이 들어와 살테니 세입자에게 전세계약 만기에 맞춰 방을 비워줄 것을 요구한다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악용함으로써 양측의 감정 싸움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가 종전 계약의 임대료 인상률을 번복하고 5% 미만 증액을 요구할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이 방법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설집은 이에 대해서 모호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집주인이 민법상 책임은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책임은 없다는 해석이다.

갱신거절 FAQ 5번에 따르면 집주인이 실거주를 사유로 갱신거절을 한 후 주택을 공실로 비워둔 것이 허위로 판단될 경우, 해당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에 따른 민법 제750조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은 아니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 제5항의 법정손해배상책임 대상은 아니다. 결국 양측이 소송해서 판사가 어떤 판결을 해주느냐에 달린 문제다.

또한 집주인이 불가피하게 집을 공실로 둘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인정해주고 있다. 예컨대 ▲집주인이 입주하기 위해 주택수선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 ▲거주하던 직계존속이 사망한 경우 등으로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공실로 둘 수밖에 없었던 경우 등에는 손해배상의 요건 중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 (갱신거절 FAQ 5번)

전문가들은 향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잡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해설집에 세입자에게 기존 임대차계약을 번복할 권리를 주는 규정이 많고 집주인의 공실책임 여부를 모호하게 적은 부분도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입자와 집주인 간 싸움이 벌어져 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아간다 해도 분쟁조정위원회는 강제력이 없어서 무의미하다"며 "정부는 유권해석만 내놓고, 민간에서 발생 가능한 분란은 '민사'니까 당사자들끼리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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