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고공 행진하던 미국 기술주가 머리를 숙이자 국내 투자자들은 통 큰 베팅으로 간 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 애플 등 대형 기술주 주가가 떨어지자 장기적 상승세를 기대하며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삼은 것이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 3억 달러대로 비중을 줄였던 테슬라 순매수액은 이달 들어 다시 5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로 분산됐던 해외 주식 투자금 또한 다시 미국 주식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보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해외주식은 테슬라(4억8930만 달러)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4억7011만 달러어치 사들인데 이어 7월에는 7억6148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는 3억1398만 달러로 비중을 줄이는가 싶더니 다시 '적극 매수'로 전향했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테슬라의 주가 폭등이 유인책이었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479.1% 폭등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기대감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지난 7월에는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31일 액면분할(5분의 1) 첫날에도 주가는 10% 넘게 상승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 1일을 시작으로 8일에는 하루 새 21.06%까지 떨어졌다. S&P500지수 편입 불발 등 잇단 악재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매수액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에 대한 매수세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8월에 이어 이달에도 테슬라 다음으로 애플 주식을 비중 있게 주워 담고 있다. 애플 역시 지난달 31일 액면분할(4분의 1)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기술주에 대한 조정이 이어지며 2~8%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1억2880만 달러)과 엔비디아(1억5726만 달러), 페이스북(2601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135만 달러) 등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액은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들 대형 기술주는 모두 테슬라, 애플과 마찬가지로 이달 들어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패닉에 망연자실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선호현상도 여전하다. 원격의료 업체인 텔라독은 지난달 해외 주식 순매수 6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원격의료가 본격화되며,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지난달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국내 투심도 텔라독으로 몰렸다.
만성 당뇨병, 고혈압 환자의 건강관리를 돕는 헬스케어 그룹 리봉고헬스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을 개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슈뢰딩거도 지난달 각각 순매수거래 13위,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50위권에는 미국 주식이 42개로 대거 포진돼 있다. 지난달 13곳에 달했던 중국·홍콩·일본 업체는 8곳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중국 기업 가운데는 텐센트에 대한 순매수액이 1008만 달러로 가장 높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내수강화 정책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 부양을 위해 첨단기술 개발 지원에 적극 나서며 중국 내 최대 인터넷서비스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재정 및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 IT 업종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다. 중국 반도체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글로벌X차이나 반도체 ETF가 이달 들어 891만 달러 어치 순매수됐다. 다만 순매수액이 5687억 달러에 달했던 지난 달에 비하면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중국 내 주요 기술주를 추종하는 CSOP 항셍 테크 지수 ETF(CSOP Hang Seng TECH Index ETF)와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는 각각 666만 달러, 431만 달러 순매수되면서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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