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측 입증자료 제출이 늦어지면서 지난 기일에 이어 또 공전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11일 배 할머니를 비롯한 12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제145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2020.07.29 mironj19@newspim.com |
당초 피해자 측 대리인은 이날 피해자들의 강제동원 방식이나 피해 내용 등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생활안전지원 등록 대상자 신청서만 제출됐고 진술서나 증언 등 첨부된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입증자료로 쓸 수 있다"며 추가 자료를 내달라고 했다.
대리인은 "나눔의 집과 여성가족부에 문의했는데 이것 밖에 없다고 했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리인은 지난달 열린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도 "정의기역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소속 활동가들이 물의를 일으켜 문제가 되고 있고 나눔의 집 담당자도 최근 사표를 내 자료를 받기 어렵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 측의 어떤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피해를 입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며 "증거 제출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입증자료 제출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 추가로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낼 것이 없으면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달 30일 오전 11시 30분 다음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러면서 대리인에게 그 전까지 제출 가능한 자료를 정리해 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16년 1월 법원에 소장이 접수된 지 약 4년 3개월 만인 지난 4월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일본 정부는 소장 등 서류를 계속 거부했으나 올해 1월 법원의 공시송달 절차로 일본 정부에 소장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효력이 발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측은 이날도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에서 진행 중이다. 이 소송에서는 최근 국제법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주권면제 이론 쟁점을 다뤘다. 11월 11일 열리는 다음 기일에서 원고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당사자신문 뒤 변론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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