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수소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 맞춰 수소사업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고양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 [사진=현대오일뱅크] |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주 컨퍼런스콜을 통해 수소충전소 사업 진출 로드맵을 제시했다.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오는 2025년까지 80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180개소, 2040년에는 300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건설중인 나프타 분해시설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이 오는 2021년 완공되면 해당 설비에서 발생되는 부생수소를 판매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부의 로드맵에 맞춰 내부적으로 청사진을 세운 것"이라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상용차는 수소, 승용차는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소형 승용차는 전기차, 트럭·버스 등 대형차는 수소전기차가 경쟁력있다고 평가되는데 이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에너지는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발족한 '수소 물류 얼라이언스'에 정유업계에서 유일하게 참여했다. 국토부가 계획중인 군포물류단지에 수소 화물차 충전소 운영 사업에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11월 오픈 예정인 평택 수소충전소의 경우 SK에너지가 부지를 제공하고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 수소충전소 구축·수소공급을 맡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에너지 모빌리티 융복합스테이션 이미지 [사진=GS칼텍스] 2020.03.18 yunyun@newspim.com |
GS칼텍스는 지난 5월에는 수도권 최초로 서울 강동구에 현대차와 손잡고 '융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 전국 44곳에 100kw급 충전기를 설치, 운영중으로 정유4사중 가장 많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수소 충전시설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도 정유4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속도가 가장 더디지만 내부 검토에 돌입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을 위한 입지 선정과 경제성 검토 등 수소 경제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뉴딜 정책 초기 정유업계는 수소사업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부생수소를 수소충전소에 판매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공정 과정에서 부생수소가 발생하지만 공정 과정에 다시 투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에 판매할 정도의 생산량은 아니다"면서 "수소 운송이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 수소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내연기관차의 연료인 휘발유, 경유 수요 감소에 따른 정유업계의 위기 등이 수소사업 진출을 재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업계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히며 이를 수소나 주유소 소매 쪽으로 연계해 타개해보려는 노력들이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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