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전·현직 통일부 장관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 해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 장관은 17일 오후 플라자호텔에서 전직 장관 9명과 만찬을 가졌다. 전·현직 장관들은 자리에서 현 남북관계와 앞으로의 대북 정책에 대해 조언을 주고받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이세기 전 장관과 건배를 하고 있다. 2020.09.17 leehs@newspim.com |
◆이인영 "남북 평화, 미·중 갈등도 비적대적 관계로 만들 것"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뀜에 따라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북정책의 기조 또한 그때 그때 변하고 때로는 급격히 변해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북한에 대한 인식, 통일에 이르는 방법론의 차이도 세대, 지역, 이념의 갈등과 중첩돼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남과 북이 평화를 선점해 평화공동체를 형성해나간다면 동북아에서 평화 경쟁으로 확대돼 미한반도의 분단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도 적대적 관계에서 비적대적 관계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고 강조했다.
또 "단 한 순간도 쉬운 적 없는 남북관계였기 때문에 단숨에 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라면서 "조바심 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가려는 마음으로 임해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최근 별세한 류길재 전 장관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역사를 써오시고 통일의 길을 먼저 걸으신 선배 장관님들께서 지혜와 경륜을 나눠달라"고 했다.
그는 앞서 취임 후 첫 출근길에 "최고는 아니어도 두 번째로 잘하는 장관이 되겠다"고 말한 점을 되짚으며 "꼴찌는 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9.17 leehs@newspim.com |
◆ 이홍구 "일관성 있는 통일 정책 바란다"...정세현 "北 식량 지원 계획 수립해야"
이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이 장관에게 연이어 조언을 건냈다. 이 장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을 당부하는 한편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메시지도 있었다.
이홍구 전 장관은 "통일부 장관이라는 것은 본인이 어떻게 하기보다도 국내외 정세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하면 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선거도 한달 조금 더 남았는데 그 결과도 상당한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 변수가 한반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 계속 통일부 장관으로서 통일 정책을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정세현 전 장관 역시 "통일문제는 국제정세, 국내 여론, 북한 내부 사정의 3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가변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반응이 일체 없는 것 아쉬운 점인 것은 틀림없지만 계속 두드리고 작은 보폭정책으로 나가다보면 결국 북쪽도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연이은 수해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내년 봄부터 당장 식량문제가 심각하게 재기되리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동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면서 지자체의 대북사업을 적극 승인해주는 것이 북쪽에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김연철 전 장관은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정이 맞지 않아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면서도 "조만간 이 장관과 따로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