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이 연속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사건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태종 판사 무죄는 양승태·임종헌 재판 영향 제한적"
20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선 최근 이태종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 대한 무죄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사건에서 공범으로 지목되지 않았고 양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에서는 이 부장판사와 기획법관이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또 이 부장판사 재판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명확한 지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태종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전 서울서부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원장 재직 당시인 2016년 10월 소속 법원 집행관들의 금품수수 비리 사실과 관련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다섯 차례 가량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관련 수사가 서울중앙지법이나 남부지법 등 다른 법원 집행관실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 전 차장 지시로 수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법원장의 직권을 남용해 서부지법 기획법관·사무국장 등 실무자들에게 영장청구서 사본 및 사건 관련자의 진술을 입수해 보고하도록 위법·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철저한 감사목적 외에 수사확대저지 목적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상 비밀누설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태종 재판부 "일부 수사기밀 해당될 수 있지만 '정당한 업무수행'"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미칠 직접적 영향이 적다는 판단에도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결론난 사법농단 사건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오히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 이번 사건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사법부 최고위층의 무죄 가능성도 추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번 이태종 부장판사 사건 판결에서 유출된 정보가 일부 수사기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유출한 행위가 '정당한 업무'라고 판단한 데 주목한다.
재판부는 실제 "법원 관계자에 대한 수사 확대 저지 목적으로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인정되지 않고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며 "설사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원장이던 피고인의 정당한 업무수행으로 위법·부당한 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단은 지난 2월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 사건 1심 무죄 판결 취지와도 맥이 닿아있다.
당시 재판부는 신광렬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영장 관련 정보를 유출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유출한 수사정보가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신 판사가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와 관련된 내용을 행정처에 단순 보고한 것일 뿐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또 신 부장판사와 임종헌 전 차장의 공모관계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뿐 아니라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와 임성근 부장판사도 각각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 전 차장의 재판 결과를 앞선 판결들을 토대로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93차 공판기일까지 속행됐다. 그와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 전 차장 사건의 경우 67차 공판기일까지 진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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