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태종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전 서울서부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해용 변호사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 임성근 판사 사건 무죄에 이어 네 번째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원장 재직 당시인 2016년 10월 소속 법원 집행관들의 금품수수 비리 사실과 관련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다섯 차례 가량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관련 수사가 서울중앙지법이나 남부지법 등 다른 법원 집행관실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 전 차장 지시로 수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법원장의 직권을 남용해 서부지법 기획법관·사무국장 등 실무자들에게 영장청구서 사본 및 사건 관련자의 진술을 입수해 보고하도록 위법·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원 관계자에 대한 수사 확대 저지 목적으로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인정되지 않고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사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원장이던 피고인의 정당한 업무수행"이라며 "위법·부당한 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검찰 주장을 일축했다.
이같은 법원 판단에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법원을 각각 옹호하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의견과 법원이 법원장의 직무 권한을 과도할 정도로 폭넓게 인정했다는 반응이 대립된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주장한 증거관계와 법리적 주장에 대해 법원이 아주 엄격하게 판단을 했다"며 "법원 업무는 행정과 사법으로 구분되는데 기관장 재량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것으로 보고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도 "법원이 전반적으로 결론을 내 놓고 판단을 한 것이 아닌지 몇 가지 의문이 든다"며 "특히 법원 내 감사 조직이 따로 있는데 법원장이 감사를 목적으로 영장 내용을 달라고 했고 이를 사본으로 보고하도록 한 부분이 정당한 업무수행이라고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우선 법원장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사용한 것이 아닌데다 수사 확대 저지를 막기 위해 관련 자료 확보를 지시했다는 점을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관련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것이 아니라 내부 확인용으로 썼고 실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제스쳐가 없었다면 기관장으로서 법원 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상적 업무수행의 일환이라고 볼 소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법원 행정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무리한 수사를 벌여 기소를 강행했다면 무죄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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