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백지현 기자 = 3연임에 성공한 장수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최근 금융권에선 '디지털 금융, ESG(경제·사회·지배구조)경영, 글로벌 진출'이 화두다. 코로나19, 이상기후, 국내 금융시장의 포화, 빅테크 진출 등 급변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지만 모두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CEO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지난 4월 e-타운홀 미팅에서 대구지역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모습.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우리금융그룹-KT그룹 전략적 업무협약에 참석한 모습.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하나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모습. 2020.09.22 lovus23@newspim.com2020.09.22 lovus23@newspim.com |
◆ '디지털'에 생존 달렸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금융시장에 진입한 후 디지털 전환이 필연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전환에 지금보다 속도를 내야 환경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격동기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습까지 더해져 금융회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는 실정이다. 그러자 금융사 CEO들은 올해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던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후 "넘버원 금융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단기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임기 3년인 CEO가 추진하기에는 매력이 떨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임기가 짧으면 재무 개선처럼 당장 성과가 나오는 확실한 과제만 좇을 가능성이 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며 "금융지주 CEO 임기가 짧으면 단기 성과에 연연하게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데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0.09.22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왼쪽사진)이 지난 2018년 인천 청라 소재 하나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모습.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지난 2016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내의 뱅크샵을 방문해 모빌리티 플랫폼을 시연하는 모습. lovus23@newspim.com |
◆ 'ESG'와 '글로벌'은 비재무적 투자
코로나19 발발 후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ESG도 장기 프로젝트이기는 마찬가지다. 환경, 경제, 지배구조에서 선을 추구한다는 것은 기존에 고착화된 가치체계를 완전히 뒤엎는 일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기업이 ESG를 충분히 내재화하려면 긴 호흡으로 전략을 짜야한다. 한 ESG 전문가는 "경영자에게 매출과 같은 성과도 중요하지만, ESG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도 중요하다"며 "ESG 내재화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임기를 길게 가져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금융사들이 수년 전부터 강조한 글로벌은 최근 가시화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언어, 문화 등 다름 투성이인 지역에 금융회사가 진출해 뿌리를 내리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진출은 장기 투자라 임기가 짧은 CEO는 할 수 없다. 임기 내에 성과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연임하는 사례가 생겨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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