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외교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정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이를 지키지 않고 미국으로 요트 구입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전날 KBS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자유여행을 간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걱정이 된다. 그래서 마스크를 많이 갖고 간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6월 18일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 강 장관 뒤에 선 남성이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다. [사진=청와대] |
이 교수의 여행 목적은 요트 구입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캔터 51' 선주와 연락을 주고 받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고 밝혔다. 캔터 51은 한국 돈으로 2억에서 3억여 원에 이르는 고가 요트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요트를 구입한 뒤 그 요트를 타고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 교수가 블로그에서 "비행기표와 함께 현재 미국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주의 외국 방문자 방역에 대한 최신 방역지침을 확인해야 한다"고 적은 것을 보면 이 지역들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여행 전에 현지의 자가격리 지침에 대해서도 사전에 상세히 조사했다. 이 교수는 블로그에서 뉴욕으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뉴욕은 현재 한국발 여행자에 자가격리 14일을 의무화한 상태다.
하지만 이 교수는 뉴욕 인근 뉴저지 공항으로 입국해서 자가격리 의무를 피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블로그에서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이 증가하는 장소인 언급된 35개 주에서 출발한 사람이 아니라서 자가격리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사진=이일병 교수 블로그 갈무리] |
◆ 호찌민에선 대형 식당·박물관 등 다중 밀집장소 방문
이 뿐만이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엔 베트남 호찌민 관광을 다녀왔고, 6월엔 실제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리스 여행을 계획했다.
이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 2월 8일부터 같은달 17일까지 고교 동기 등 일행 5명과 함께 베트남 호찌민 지역을 여행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테니스를 즐기는가 하면 대형 해산물 식당, 전쟁박물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교수가 호찌민을 여행한 이 때는 외교부가 베트남에 대한 '여행 최소화 조치'를 권고한 시점이다. 정부는 그러면서 "해당 지역을 방문할 때는 감염병 예방수칙 등을 준수하고 '다중 밀집장소' 방문을 자제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다수의 인원이 방문할 만한 장소를 거리낌 없이 방문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그리스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바 있다. 이 여행 역시 지난 3일 미국으로 떠난 것과 마찬가지로 요트 구입을 위한 여행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 블로그에서 "비행기와 숙박시설, 요트 구매 관련 검사 등의 예약이 끝났다"며 "그리스에 간다면 신전, 국립 박물관, 극장 등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때 그리스에 가지 못했다. 이 교수는 6월 15일부터 그리스가 한국발 여행객을 입국시킨다고 알고 6월 16일에 그리스로 출국하려 했으나, 이 소식이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교부는 "그리스로의 여행은 7월 1일부터 가능하다"고 정정했다.
외교부가 지난 9월 18일 발령한 전 세계 특별여행주의보. 이 주의보는 오는 18일까지 유지된다. [사진=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
◆ 이일병 교수 "코로나19 하루 이틀 갈 것도 아닌데…맨날 집에 있을 순 없어"
외교부 등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에서의 외출도 자제해 달라고 연일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외교부 장관의 남편은 수 차례 해외여행을 하는 모습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야당 등 일각에서는 "국민들은 추석 성묘도 못 갔는데 외교부 장관 남편은 해외여행이라니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는데, 정작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며 "외교부가 장관 가족에게만 특별 해외여행 허가를 내렸느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개인의 자율 문제'라며 일축했다.
이 교수는 전날 공항에서 KBS 취재진에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며 "코로나19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닌데 맨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 요청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