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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백년가게] 백년 아닌 '천년' 봐야…일본 장인정신에서 답 찾다③

기사등록 : 2020-10-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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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통 일본 가게, 장인정신·단골장사·혁신·고객감동 공통점
실질 100년 장사 위해선 지속적 사후관리 등 정책 뒷받침 필요해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Since 1990'이면 업력 30년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은 꽤나 긴 시간이다. 특히 창업한 지 3년이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가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열 배나 되는 기간인 30년을 버텼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장인'이라 불릴 만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0년 가게가 1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백년가게' 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백년가게'라는 꿈을 향해 달리기 위해서는 100년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장인'이자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1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고 달려야 한다. 100미터 달리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종착지 넘어까지 보고 달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허황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1000년 기업은 실존한다. 일본은 이미 천년가게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세계 1위 장수기업인 오사카에 있는 건축 회사 곤고구미는 무려 144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를 포함해 10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가게가 모두 9개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가 어렵다. 그러나 불황에도 성장하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불경기 이후에는 호경기가 반드시 온다. 위기라는 지금 시간을 활용해서 100년을 넘어 1000년을 가는 가게와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할 때다. 이 시점에서 '장인정신'의 나라, 일본에게서 배울 점은 없을까.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백년가게 공식 로고. [사진=중소벤처기업부] 2020.10.16 jellyfish@newspim.com

홍하상 작가의 취재에 따르면 일본의 몇 백년 역사를 가진 가게나 강소기업들은 크게 4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장인정신 ▲단골장사 ▲역발상 혁신 ▲고객감동이 그것이다.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일본 기업들은 오직 '품질'만을 중요시했다. 300년 전통의 오차가게 인포도 차포는 '의리는 필요 없고 품질로만 거래한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어디서도 맛볼 수없는 깊고 장대한 맛을 내기 위해 철저하게 유기농으로 생산된 찻잎을 구매한다. 또 거래처 단골을 두지 않았다. 50개 도매상으로부터 차 샘플을 받아본 후 맛을 보곤 그때그때 달리 구매한다.

단골장사는 장사의 기본과도 같다. 무려 1200년 업력을 가진 부채가게 마이센도의 가훈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마음이 먼저'. 아무리 부채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고객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마이센도는 1200년 동안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계속해서 혁신한다. '감성창조'라는 회사 이념에 맞춰서 말이다.

그리고 장인들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매일매일 '혁신'하고 있었다. 450년 된 여관인 헤이하치차야의 주인 소노베 헤이하치는 여관의 20대 주인이다. 그는 요즘 시대는 릴레이 달리기 하듯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주자가 직접 바통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17대 선조는 은어요리로 승부를 봤다면 자신은 조기요리를 부활시켜 매출의 90% 이상을 조기요리가 차지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360년 양념가게, 140년 빗가게, 400년 문방구, 1300년 전통의 혼수용품 가게 등 하루하루 역사를 써내려가는 장인들이 수두룩하다. 당장의 목표가 백년가게일지라도 그 넘어까지 바라봐야 이런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백년가게에 선정되면, 총 여섯 가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진=백년가게 홈페이지] 2020.10.14 jellyfish@newspim.com

현재로서 백년가게에 선정된 가게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혜택은 여섯 가지다. ▲맞춤형 컨설팅 ▲혁신역량 강화 교육 ▲백년가게 홍보 ▲네트워크 ▲중기부 지원 사업 신청 시 우대 ▲융자 금리 우대 등이다. 이 중에서 각 가게가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금융지원 정도다.

물론 백년가게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에 있는 수백년 역사를 가진 가게 하나하나가 그 지역을 방문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는 만큼, 한국의 백년가게 역시 역사와 전통을 보존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은 필요하다.

당장 치솟는 임대료에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을지OB베어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내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노기수 중기부 지역상권과장은 "을지OB베어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며 임대차 관련 제도적 차원에서 법률 제정 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네이버에서 백년가게를 검색하면 주변 가게가 검색되는 사업과 현대기아차 네비게이션에서도 백년가게를 찾아볼 수 있는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멀리 있어서 맛보기 힘든 백년가게 음식 등을 먹어볼 수 있도록 '밀키트' 개발 지원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진정한 백년가게 그리고 그를 뛰어넘어 천년가게라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일본 장인들의 말처럼 '단골장사'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636개에 이르는 '백년가게'들이 실제 100년이 될 수 있도록 '선정' 이후 사후관리에도 힘써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jellyfi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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