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소년법에 따라 1심에서 '단기' '장기' 상·하한을 정한 부정기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성인이 된 경우, 법원에서 중간 수준의 양형을 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항소 없이는 1심의 하한형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A(22)씨와 아내 B(19)씨 부부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 징역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2020.09.03 photo@newspim.com |
이들은 지난 2019년 5월 26일부터 같은달 31일까지 약 5일간 자신들이 살던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하는 등 주변에도 딸이 숨진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사이가 나빠지자 육아를 서로에게 떠밀며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아이를 숨지게 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공분을 샀다.
1심은 남편 A씨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 당시 미성년자이던 아내 B씨에게는 부정기형인 징역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각각 선고했다.
2심은 두 사람에게 다소 감형된 징역 10년과 7년을 각각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B씨가 2심 과정에서 성인이 되면서 소년법상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 B씨에게 성인과 마찬가지로 정기형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해 선고 가능한 형량 상한이 징역 7년이라고 봤다.
남편의 경우 살인 혐의는 그대로 유죄라고 인정했지만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형량을 낮췄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지,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장기형과 단기형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은 피고인만 항소한 상태에서 B씨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단기형인 7년을 초과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며 "그러나 앞서 설명한 법리에 비춰보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장기 15년과 단기 7년의 중간인 징역 11년이 되어야 한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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