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법인에 소속된 관리부장이 타인이 점유한 회사 물건을 직무 범위 내에서 처리했어도 권리행사방해죄상 대표기관이 '자기물건'을 취거한 행위와 같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문서손괴·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법원에 따르면 양 씨는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M사의 관리부장으로, 동생을 법인 대표로 두고 있었다.
M사는 2018년 10월 22일 경매를 통해 경기 부천시 평천로에 소재한 건물 호실에 대해 소유권을 취득했다. 동생은 형에게 호실에 관한 모든 업무와 권한을 위임했다.
해당 호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2015년 1월 13일부터 공사대금 채권에 의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양 씨는 M사가 호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 며칠 뒤인 같은 해 11월 2일 출입문에 걸려 있던 '유치권 행사 공고문' 1부를 손으로 떼어낸 후 드릴을 사용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설치해 둔 전자열쇠를 부수고 새로 교체했다.
이후 양 씨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하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문서손괴와 건조물침입 등 혐의도 적용됐다.
대법은 "대리인이나 지배인이 대표기관과 공모 없이 한 행위라도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법인의 물건을 치울 경우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법률적 효력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인의 이익을 위해 법인의 물건을 취거하여 불법영득의사가 없는 것과 범의(범죄임을 알면서도 행위를 하려는 의사) 내용 등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323조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손괴함으로써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에서의 점유는 자신의 소유물을 타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로, 타인과 공동점유하는 자신의 소유물도 상대측이 점유하는 재물로 본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통해 소유자에게 점유물을 넘길 사정이 발생했다고 해도 타인이 계속 점유하고 있다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1심은 양 씨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치권 행사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양 씨가 M사의 영업부장일 뿐 동생인 대표이사와 공모했다고도 볼 수 없어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은 원심이 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자기의 물건'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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