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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베트남, 다음은 일본?…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강행군 왜

기사등록 : 2020-10-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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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지각변동…'선택과 집중' 강화
"ASML 방문한 이재용, 장기적 EUV 장비 확보 협의"
이 부회장, 26일 재판 이후 日 소부장 업체 방문할 듯

[서울=뉴스핌] 김선엽 심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을 필두로 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들의 연이은 해외행은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가 급변하는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연장선에서 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한 강행군 성격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 등 최근 글로벌 IT 관련 시장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단적으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는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서플라이 채인)의 변화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로서는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며 기회를 찾기 위한 전략적 시기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반도체 업종 전반에서 압도적 투자를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국내에만 머물 수 없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했다. 2020.10.23 sjh@newspim.com

이 부회장은 5일간의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 7시15분경 대한항공 전세기편을 이용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들어왔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만나 베트남에 건설 중인 연구개발(R&D) 센터가 삼성의 R&D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삼성의 호치민 법인(SEHC)에 방문, 투자 확장 수요 등을 점검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투자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 출장지로 일본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객 만나러 일본에 가야 하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일정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연이어 일본 출장에 나서야할 필요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삼성전자 주변에서는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이 오는 26일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참석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이번 베트남 출장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다. 노태문 사장과 이동훈 사장은 전날 먼저 귀국했으며 이날은 한종희 사장과 이재승 부사장이 함께 입국했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지난 14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지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다. 베트남 도착 직후 푹 총리와 면담했다. 총리 면담은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2018년 10월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 지난해 11월 푹 총리의 한국 방문에서 있었다.

푹 총리는 이 부회장과이 면담에서 반도체 공장 투자와 함께 베트남 현지 협력사가 삼성의 활동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2020.10.22 sjh@newspim.com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네덜란드에서 반도체 노광장비(EUV) 업체 ASML을 만나 장비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ASML은 전 세계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 생산이 가능한데, ASML이 2019년 생산한 EUV 노광장비는 26대에 불과하다. 올해 목표를 35대로 늘렸지만 많은 수요를 충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EUV 장비를 두고 삼성전자와 TSMC 간 경쟁이 치열하다. ASML이 반도체 업계 '슈퍼을'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ASML을 찾았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EUV 장비 공급 문제를 논의하는 차원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반도체 생산의 필수 장비를 경쟁업체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경영적 판단의 결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출장지로 거론되는 일본은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곳이다. 최근 일본 통신사인 KDDI와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검증에 성공하는 등 일본 내에서 5세대이동통신(5G)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삼성으로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업체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따른 대응방안을 재차 논의해야 할 처지다. 최근 아베 총리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 규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은 오전 귀국 직후 인근의 임시생활시설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했다. '기업인 신속입국 통로'를 통해 14일 자가 격리 의무를 면제받는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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