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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한 '홍남기 방지법'에 뿔난 공인중개업계..."정책 실패 책임전가 말라"

기사등록 : 2020-10-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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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의견 수백건 등록
"세입자 계약갱신 번복하면 공인중개사가 법적 책임" 반발
공인중개협회, 집단행동 예고...국토부 "의견수렴 후 보완 검토"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정부가 전세시장 보완책으로 이른바 '홍남기 방지법'을 추진하면서 공인중개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 시 공인중개사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는데, 기존 세입자에게 이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기존 세입자가 말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엔 거래당사자와 해당 서류를 작성한 공인중개사간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등 새 임대차법을 둘러싼 갈등 해소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다. 2020.10.19 pangbin@newspim.com

◆ '홍남기 방지법' 나오자마자 반대의견 수백건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공인중개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올라온 국토부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26일 오후 기준 770건에 달하는 의견이 등록됐다.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국토부는 입법예고 종료일인 오는 12월 2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전세 낀 집을 거래할 때 공인중개사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미행사 또는 행사 완료)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인중개사는 해당 서류에 현재 임대차 기간과 계약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함께 적어야 한다. 국토부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명시해 주택 매매 계약 시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전세 낀 집의 매매 계약이 추진될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매매계약 체결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기존 세입자가 늘면서 임대차 분쟁이 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계약이 파기될 위기를 맞았다.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규제 당사자인 공인중개사들은 반발이 크다. 정부가 새 임대차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책임의 실패를 왜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하느냐"며 "거래당사자가 직접 계약갱신여부를 서면으로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공인중개사 스스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인중개사가 해당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선 집주인과 세입자의 협조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세입자에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해줄 의무가 없다. 세입자가 말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류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에게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세입자가 게약갱신과 관련해 진술을 거부하면 해당 사항을 기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매매계약 체결 이후 세입자가 입장을 번복하거나 관련 진술을 한 적 없다고 발뺌하면 공인중개사가 계약 파기, 입주 지연 등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아파트의 모습. 2020.10.26 yooksa@newspim.com

◆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 집주인이 확인해야"...집단행동 '예고'

공인중개업계에선 거래 당사자인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증명 자료를 남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집주인 책임 하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며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관련 확인서를 받아 매매계약서에 첨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에 공인중개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국민청원과 집회 등 집단행동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앞서 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생존권 사수'를 내걸고 크게 반발한 바 있다. 해당 거래시스템 개발을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은 20만명 넘는 동의를 얻어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박용현 협회장 등 공인중개사들은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부동산 거래할 때 토지 대장을 종이 서류로 주고받는데, 이를 데이터화해서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보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거나 진술을 거부한 경우, 해당 사항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할 수 있도록 문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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