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분할 계획안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당일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일부 불확실성 확대에도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27일 오후 제16차 회의를 열고 LG화학의 분할계획서 승인에 대해 심의했다. 회의 결과 수탁위는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유려가 있다며 '반대'를 결정했다.
LG화학 정관상 사업분할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LG화학 지분은 10.28%(9월29일 기준)에 달한다. 30.06%를 보유한 최대주주 (주)LG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에 미달하는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 지분은 54.33%며 이 중 물적분할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비중은 15%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반영하면 현재까지 분할 안건에 대해 확실한 의사를 표한 비율은 찬성과 반대 각각 30%, 25% 수준으로 파악된다. 찬성의 경우 (주)LG 외에 LG연암문화재단,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30.09%며, 반대는 국민연금 10.28%에 개인투자자 예상 지분을 포함한 수치다.
LG 트윈타워 [사진=LG] |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외국인과 기관의 선택이 안건 통과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외국인의 경우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찬성 의견을 권고한 만큼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27일 종가 기준 외국인 보유 지분은 38.78%로 최대주주인 (주)LG보다 많다.
통상 외국인투자자들은 의결권자문사들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로 이미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자문사는 물론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대부분의 국내 자문사들도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 자문사 중에서는 서스틴베스트 정도만이 반대 의견을 권고한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이 반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개인투자자 등 물적분할 방식에 반대하는 쪽의 의욕을 높이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지사업부문 분할 계기와 배경, 이에 따른 추후 생존 및 기업가치 상승 측면에서 외국인들이 반대할 만한 요소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관투자자들도 외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역시 의사 결정 과정에 의결권자문사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기관이 보유한 지분은 대략 6~7% 수준으로 분석된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전지사업 부문 특성상 충분한 설비투자(CAPEX)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하는 시기"라며 "분할되는 기업의 성격과 그로 인해 존속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이 무조건 의결권자문사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당장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찬성' 의견과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일부 자산운용사가 LG화학 물적분할에 대해 주주서한을 검토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입은 이익 훼손 가능성이 비해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정책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자문사 의견을 대부분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 결과는 주총 당일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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