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북한이 관영매체를 동원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 실장을 향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해 구접스럽게 놀아댔다"고 주장했다.
[부산=뉴스핌]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0.08.22. photo@newspim.com |
통신은 "서 실장은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한미동맹 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을 다 부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미국 등 주변국들과 의논하고 협의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한 서 실장의 발언을 꼬집으며 "얼빠진 나발을 늘어놓았다. 제정신이 있는 소리인가"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통신은 "북남관계는 말 그대로 북과 남 사이에 풀어야 할 민족 내부 문제"라면서 "외세에 빌붙거나 다른 나라 그 누구와 논의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신성한 북남관계를 국제관계의 종속물로 격하시킨 이번 망언은 본질에 있어 민족자주를 근본으로 명시한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부정이고 배신이며 노골적인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늘 북남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인 원인이 스스로 미국에 제 발을 얽매인 남조선 당국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망쳐놓고 있는 장본인에 청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처사"라고 했다.
통신은 "자주의식이 마비되면 동서남북도 가려보지 못하고 행방 없이 돌아치는 바보가 되기 마련"이라면서 "친미사대에 명줄을 걸고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바치려하는 자의 앞길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그동안 자제해오던 대남 비난전을 다시 시작한 것은, "미 대선 이후 우리 정부의 대미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 접촉과 대화의 핵심 당사자인 서훈 국가안보실 실장을 겨냥해 노골적인 비난과 경고를 보낸 것은 미 대선 이후 들어설 신정부에 대해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복원은 기대하지 말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 등을 거론한 것은 합의 이행에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자주적 남북관계 설정을 이행의 조건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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