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결정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파업이 현실화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및 수출 부진 등을 겪어온 한국지엠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전일 밤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이날과 내달 2일 각각 4시간씩 주간조와 야간조 근로자의 파업을 결정했다. 또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시행해온 잔업과 특근도 다음 쟁대위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평균 2000만원)▲조립라인 TC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내수와 수출 감소 등 경영 여건 악화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사측은 29일 열린 21차 교섭에서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 총 700만원 지급의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거부했다. 기존 550만원에서 150만원을 올렸고, 2년 주기의 임금협상 조건을 걸었다.
한국GM 부평공장 [사진=한국GM] |
김성갑 노조위원장은 "회사제시안이 고민의 흔적 보이나 쟁점사항 여전히 존재 수용불가, 2년치 제시안도 절대 수용 불가"라며 "노동조합은 내부절차를 통해 논의 후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을 경우 노조는 파업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약 6만대의 생산 손실을 입게 됐다. 하반기들어 수출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에 생산 손실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3만4447대를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112%, 전월 대비로는 57% 증가하며 회복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회사의 올해 사업 목표인 손익분기 달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지엠 국내 부품협력업체에도 위기가 가중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더 이상의 추가 제시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은 올 1월 글로벌 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차를 출시하며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지만 지난달까지 내수와 수출 등 총 26만8961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했다. 하반기 현대차와 기아차가 신차를 속속 출시하는 반면 한국지엠 이렇다할 만한 신차도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 파업이 임단협 중인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차로 번질지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내달 3일 쟁의행위 결정을 위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내달 새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연내 임단협 타결 가능성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협력업체를 포함해 수만명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한국지엠이 경영상의 심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계 맏형'인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 등을 감안해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을 동결하며 전향적으로 나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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