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생 구제를 두고 정부 의지가 없다며 의료계 전 직역의 강력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안팎에서 우려하는 집단휴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 집단휴진을 두고 의료계 내부의 회의론이 최근 부상하고 있다. 강력 행동을 예고하기 앞서 의료계 내부의 제대로 된 의견조율이 없었다는 점, 의료계에 대한 여전히 높은 국민 반감 등도 의협이 강한 액션을 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의협은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의협은 그동안 의대생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결자해지를 요구해왔지만 더 이상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복지부와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보건의료체계 파국을 막기 위해 교수,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의 뜻을 모아 강력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의대생 국시 재응시 허용은 국민의 양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자, 구성 논의가 진행 중이던 의정협의체를 포함해 정부와 대화를 중단한다고 한 것.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9.04 alwaysame@newspim.com |
의협의 '강력 행동'에 대해서는 지난 8월에 이은 2차 집단휴진이 거론되고 있는 사안으로, 최종 결정은 범의료계투쟁위원회(범투위)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의협 입장문과 달리 의료계 내부에서도 강력 행동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 감정이 최근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의대생 구제만을 위한 집단행동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개원의들로 구성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범투위 체제에 들어가지 않았고, 범투위 중심의 투쟁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은 "범투위를 확대개편한다는데 대한의학회 쪽 비중은 늘었지만 개원의 쪽 비중은 없다"며 "봉직의들로 구성된 산하단체인 병원의사협의회도 범투위에 포함이 돼 있지 않고 구성이 편향적"이라고 전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강경 행동 방침에 앞서 의협 내부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김 회장은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대생 국시 문제가 해결 안 되면 강경 행동을 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해놓고 정부에 곧바로 28일까지 국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렇게 해서 정말 정부가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의정 합의를 하기 위해선 모든 직역에서 논의가 돼야 하는데 당장 의정 협의체 구성에 참여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의견 수렴이 없고 강경 행동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물론 지난 9월 의정 합의 당시 의견 동의가 없었다며 합의에 반대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대생 구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경 투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의협에 유리한 측면이기도 하다. 지난 집단휴진을 주도한 전공의들이 의협의 강경 투쟁 방침에 지지 의사를 밝힌다면 집단행동에 더욱 힘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전공의협의회 내부에서 의협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있어 봉합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집단휴진 당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반대를 외치며 지지 의사를 밝혔던 교수들도 강경 투쟁에는 부정적인 스탠스다. 의대생 구제를 명분으로 강력 투쟁을 나서기엔 국민 반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성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의협은 파업을 얘기하는데 앞선 사례처럼 전공의들에게 파업에 참석하라고 독려하고 백업하겠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며 "파업에 휘말릴 경우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권 회장은 "더구나 집단휴진이 현실화된다 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 한 번 했던만큼 파급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권 회장은 이에 "범투위에 참여 제안이 왔지만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교수들에게 어떤 계획이 있는지 요구할 것인데 현재로서 계획이 없다"며 "의대생 국시 재응시 허용 문제는 정부의 결단만이 남았다.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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