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당국 2인자 자리에 도규상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행시 34회)이 내정되면서 금융위원회가 뒤숭숭하다. 당초 금융위가 이번 차관급 인사에서 도 전 비서관이 배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던 데다, 인사가 있다 하더라도 현 김태현 사무처장(행시 35회)의 승진을 유력하게 점쳐졌던 탓이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내정자 [사진=청와대] 2020.11.01 tack@newspim.com |
2일 관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3년여 만에 화려한 컴백에 성공한 도 신임 부위원장의 등장으로 향후 금융위 고위급 인사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 핵심 보직을 꿰차고 있는 행시 35회 4인방의 거취가 금융당국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당초 금융위 내부에서는 차기 부위원장직에 김 사무처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 부위원장 역시 하마평은 있었지만 과거 기재부, 청와대 파견 상황을 감안해 내부승진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손병두 전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용범 전 부위원장, 정은보 전 부위원장 등도 사무처장을 거쳐 내부승진을 통해 부위원장이 됐다. 사무처장은 금융위 각종 정책과 주요 업무계획을 종합 및 조정하는 1급 고위공무원의 핵심 보직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거친 도 부위원장이 출신 부처로 원대복귀를 강하게 타진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이에 따라 차기 부우원장으로 점쳐졌던 김 사무처장의 입지가 모호해졌다.
김 사무처장의 경우 도 부위원장보다 행시 기수가 1기수 아래인 만큼 당장 업무 수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다만 도 부위원장의 임기가 앞으로 최소 1년 6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사무처장은 향후 고위급 인사 때 금융 공공기관 수장 등으로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안방살림을 도맡는 넘버3 자리인 사무처장직을 이미 1년 5개월 이상 수행했기 때문이다. 인사적체가 심한 금융위에서 향후 1년 6개월 이상 사무처장 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사례가 적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가 관계자는 "과거의 경우 차관급과 1급 사이에 기수 차이가 3~4기 이상 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인사 적체로 후배가 상사가 되지 않는 한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승진이 어려워진 고위급의 경우 금융 공공기관 등으로 자연스레 인사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금융위 출신 이명호 예탁결제원장과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 대표적 선례로 꼽힌다.
행시 35회 출신인 최훈 상임위원과 최준우 증선우 상임위원 역시 김 사무처장과 비슷한 입장이다. 이들 역시 임명된지 1년 6개월여 된 상황이라 차기 고위급 인사에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금융위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행시 36회~37회 국장들의 연쇄 승진인사가 예상된다. 금융위에서 행시 35회가 다른 자리를 찾아가면 36회~37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금융위 국장급 중 행시 36회 출신은 이명순 금융소비자국장, 김정국 자본시장정책관, 이세훈 금융정책국장 등 세 명이다. 37회 출신은 최유삼 구조개선정책관 한 명이다.
또 다른 관가 관계자는 "올라갈 사람은 가고 올라가지 못한 사람은 시장으로 가는 것이 관행"이라며도 "신임 부위원장 내정으로 향후 금융위 고위급 인사 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