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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ISDA, 거래소 역점사업 '거래정보저장소'에 우려 표명

기사등록 : 2020-11-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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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75개국 금융사 모인 협회, 금융당국에 우려 전달
영미권과 다른 UTI 도입에..."한국에만 운영·인력 부담 커져"
거래소 "업계 의견 충분히 반영"...내년 4월 TR 도입 예정

[서울=뉴스핌] 김준희 박미리 기자 = 한국거래소가 추진해온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TR, Trade Repository)에 대해 해외 금융사들이 입모아 우려 사항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와 운영·인력 부담이 가시화되자 업계가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4일 뉴스핌이 입수한 국제 스왑 파생상품협회(ISDA, 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 공문에 따르면 ISDA는 지난 3월 거래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TR 보고체계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들의 우려 사항을 조목조목 짚어 전달했다.

ISDA는 파생금융상품거래 표준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협회로, 현재 75개국 925개 이상의 기관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는 장외파생상품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국내 TR 도입에 앞서 △보고의무 시행 유예 △보고항목 누락·오기에 대한 제재 완화 △고유거래 식별기호 연결의무 유예 등을 요구했다.

이는 당초 올해 10월 시행 예정이던 TR 도입 시기를 거래소가 내년 4월로 미룬 배경이다. 거래소는 장외파생상품 TR이 첫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업계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TR이 뭐길래...거래소 "장외파생상품 시장 투명성 제고"

TR은 장외파생상품과 관련된 모든 거래 내역을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국내에서 장외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은 거래 기본 계약 정보와 상품의 기초 자산, 평가 가치까지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일대일 계약으로 거래하는 장외파생상품 특성상 거래정보 보고 의무는 양 기관에 모두 주어진다. 원칙적으로 두 명의 당사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동일한 거래정보는 고유거래식별기호(UTI, Unique Transaction Identifier)를 통해 연결된다.

금융당국은 TR 정보를 활용해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정보 투명성 또한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못해 문제를 키웠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G20 회원국들은 2009년 TR 의무화에 합의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거래소가 TR사업자로 선정돼 장기간 실무협의 및 전산시스템 개발 등을 준비해왔다. TR 도입이 늦어진 만큼 UTI만큼은 2017년 국제기구에서 권고한 표준안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다. 앞서 TR을 도입한 미국과 유럽연합은 각각 USI, Trade ID라고 불리는 개별적인 UTI를 사용하고 있다.

◆ISDA "전세계 시행 전까지 UTI 연결의무 보류해야...부담 가중"

ISDA는 거래소에서 앞장서 적용하려는 이 국제표준 UTI에 가장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영미권 주요국들이 각기 다른 UTI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국제표준 UTI를 사용한다면 거래보고를 위한 운영·인력상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다.

ISDA는 공문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시행되는 날까지 한국거래소 거래정보 보고체계 하의 UTI 연결의무 시행을 유예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각국에서도 그 도입 일정을 전세계적으로 맞추기 위해 여러 유예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다.

거래내용을 신고하지 않거나 잘못된 내용을 보고했을 경우 금융기관이 가할 제재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협회는 "보고의무기관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거래정보 연결 및 일치를 어렵게 하는 진정한 장해가 있을 수 있다"며 "미연결 또는 불일치에 대한 제재는 신중하고 비례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또 보고의무화 시행일 이전 체결된 거래(백로딩거래)에 대해서는 거래 당사자 간 거래내용 연결 의무를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던 점을 고려해 TR 보고의무 자체를 내년 상반기로 미뤄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거래소 "이미 업계 의견 반영...백로딩 연결의무 양보 못해"

거래소는 ISDA 요구를 포함해 국내 금융사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먼저 TR 도입 시기를 내년 4월로 미뤘다. 또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부터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불일치 사항 수정기간 확대', '미연결 문제에 대한 당국 제재 유예' 등 다양한 보완장치를 만들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G20 합의 이후 이미 많은 국가들이 TR을 도입해 우리도 빨리 이행해야 국제적 보조를 맞출 수 있다"며 "각 나라마다 제도가 조금씩 다르다보니 업계의 실무적인 어려움도 여러차례 고려해왔다"고 말했다.

UTI 형식과 관련해서는 해외 주요국의 의무화 시점과 보조를 맞춰 "한동안은 국제 표준안에 따른 UTI뿐 아니라 USI, Trade ID 형식에 따라 발급된 UTI를 모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로딩 거래 연결의무와 관련해서는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양 기관이 체결한 거래 정보가 필수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사전 자율보고기한을 통해 시간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ISDA는 "백로딩거래 수는 전체 거래규모 대비 적은 반면 그 거래정보를 연결하기 위한 기술적 절차와 운영상 인력은 불균형적으로 과다할 것"이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어떤 규제당국도 백로딩거래에 대한 연결 및 일치 의무를 부과한 곳이 없다"며 반발했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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