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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초기 주저하던 제약사들, 백신 개발에 사활 건 이유는?

기사등록 : 2020-11-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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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과거 유행병 백신 개발에 나섰다가 적자만 봤던 경험으로 인해 코로나19(COVID-19) 확산 초기 백신 개발을 주저했으나,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으로 변하면서 시장 규모와 정부 지원이 막대해지자 너도나도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첫 감염이 발생한 후 올해 1월 21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3일 후 유럽에서도 첫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3월 중순에서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 계획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약사들이 당초 백신 개발을 주저한 이유는 개발 시간이 매우 촉박했던 데다 전 세계의 과도한 관심도 극히 부담스러웠고 결국 수익을 얻지 못한 채 끝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이 시작된 지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202개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 중이며, 이 중 47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거의 자선사업으로 여겨졌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알고 보니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효자 상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제약사들 사이 뜨거운 시장이 된 두 가지 이유로 팬데믹의 막대한 규모와 전례 없는 규모의 정부 지원을 꼽았다.

화이자 로고와 코로나19 백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래 시장에 대한 기대

지카 바이러스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유행병은 크게 유행했다가 재빨리 사라져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던 제약사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반면 지난 1월 말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이 명확해지면서 백신과 치료제 시장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남아 앞으로 수년 간 재확산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J&J) 등 팬데믹 기간 동안 수익을 좇지 않겠다고 약속한 제약사들도 2021년 중반부터는 추가 접종 등으로 인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수익을 남기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사의 경우 내년 한 해 동안에만 총합 35억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독감 백신과 비슷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감 백신의 연 평균 글로벌 매출은 40억~50억달러로, 현재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세퀴러스가 점유율을 나눠갖고 있다.

투자은행 SVB리어링크의 조프리 포르헤스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매출이 2021년 95억6000만달러를 기록 후 2023년까지 68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백신에 의한 면역 효과 지속 기간이 불분명한 만큼 현재로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 전례 없는 규모의 정부 지원

글로벌 제약사들을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끌어들인 또 다른 강력한 유인책은 미국 정부 등 공공 기관의 전례 없는 지원이다. 이 덕분에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절감하거나 거의 들이지 않고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21년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대량 양산이 가능한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 중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일환으로, ▲아스트라제네카(12억달러) ▲J&J(15억달러) ▲모더나(20억달러) ▲노바백스(16억달러) ▲화이자(19억5000만달러) ▲사노피/GSK(20억달러)가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특히 모더나의 경우 개발부터 생산까지 미국 정부가 모든 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중소 규모 제약사들도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시도해 새로운 백신 개발에 뛰어들 기회를 얻게 됐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재정 위기에 처했던 제약사들은 소생 기회를 얻기도 했다. 노바백스는 호흡기 질환 백신 개발에 수년 간 투자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2019년 나스닥 지수에서 거의 상장폐지될 뻔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노바백스의 주가는 다시금 85달러를 넘어섰다. 노바백스의 R&D 부문 사장인 그레고리 글린 박사는 "회사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으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기회로 회사의 다른 연구의 가치도 재조명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바백스 로고와 코로나19 백신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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