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지난주 가계대출 규제방안이 발표되자 은행 창구에는 신용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 돈을 미리 빌리려는 수요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규제로 '영끌'(영혼끌어모아) 대출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려던 무주택 서민층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생계자금 등 실수요 마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아파트의 모습. 2020.10.29 yooksa@newspim.com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월요일 오전부터 A은행 종각역 지점과 B은행 여의도·잠실 지점에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다수 걸려왔다. A은행 관계자는 "규제가 나온 금요일 오후부터 신용대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당겨 받으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이미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아둔 고객이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본인도 이번 규제대상에 해당되는지 등을 묻는 문의 전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오는 30일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폭증하는 가계 부채를 관리하겠다는 목표로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내놨다. 오는 30일부터 은행들의 고(高) DSR 대출비중을 하향하고,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으면 개인단위 DSR 규제를 적용한다는게 주요 골자다. 또한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다음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하면 대출을 2주내 회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국은 고소득층의 고액대출만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은행 현장에서는 정작 서민층과 무주택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무주택자들이 영끌을 통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기세력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없다. 대부분 보유한 현금이나 자산을 가지고 구입한다서울 평균 집값이 9억원 이상인 상황에서 학교나 회사 인근에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층에 직격타를 줄까 걱정된다"며 "무주택자를 제외하는 등 예외조항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 DSR 규제 강화 조치 역시 대출 전체 한도 조정이 불가피해 실수요를 제약할 여력이 크다. 시중은행은 DSR 70% 초과 대출 비중을 기존 15%에서 5%로, 90% 초과 대출 비중을 10%에서 3%로 낮춰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분기별 고 DSR 대출비중을 하향하게 되면 아무래도 은행권은 관리 차원에서 높은 DSR 대출 취급을 자제하게 된다"며 "신용대출 사용의 자금용도가 투자 외 생활자금, 가족 병원비 등인데도 대출을 거부당하는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이 이번달부터 시행되는 부채관리 뿐 아니라 내년 1분기부터 DSR 강화한다는 중장기 과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검토 후보에는 은행별 DSR에서 차주단위의 DSR로의 단계적 전환과, 주담대 취급시 현재 적용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DSR로 대체하는 등 여러 안이 제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주별 DSR 적용이 급작스럽게 도입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확 줄고 저소득층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당장 시행보다는 단계적인 연착륙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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